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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우 May 09. 2018

[ 남의 눈, 그리고 수치심. ]

치과에서 울고 웃다.

어린이의 구개확장장치(치과교정장치)





아침에 직원이 다급하게 원장실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고는 헐레벌떡 손에 교정장치를 쥔 채로 들어옵니다.

“원장님~. 소아교정치료받는 아이 장치가 부러졌답니다~. 초등학생 여자아인데요, 친구들이랑 모여서 간식을 먹는데, 치아교정장치를 빼고 먹어야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친구들 보는 앞에서 차마 장치를 꺼내기가 민망하고 수치스러워서 못꺼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입에 장치를 끼운채로 먹다가 장치가 그만 뚝 부러졌답니다. 아휴~ 왜그랬을까요..  그나저나, 이거 교정장치 수리를 어쩌죠? 가능할까요? 부모님께 전화드리기로 했거든요. 아이 어머님께서 많이 속상해하시네요.”

“그래요? 수리해드린다고 전화드리세요.”


 그러자, 머릿속에 방금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온 아들놈이 떠오릅니다. 어제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제가 물어봤어요. 아들아, 무슨 일 있었니? 들어보니, 어제 아침에 유치원에 도착한 조금 뒤에 바지에 그만 오줌을 쌌다더군요. 그래, 선생님한테 그 사실을 말씀은 드렸니? 하고 제가 묻습니다.


 “아뇨. 아빠, 선생님한테 말씀 안드렸어요.. (입을 오물오물, 삐죽삐죽 말을 안하려다가) 그냥 아침부터 유치원 마치고 올 때까지 젖은 바지로 그냥 가만히 있다가 왔어요. 사실 전에 준호도 오줌을 쌌어요. 나만 싼게 아니에요. 그 때, 아이들이 놀렸어요. 그런데요, 아뇨, 저는 놀리지 않았어요. 하지만요, 이번에는 내가 바지에 오줌 싼 것을 친구들이 놀릴까봐 알리기 싫었어요. 그냥 선생님한테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아무에게도 말 안했어요. 그냥 안 싼 것 처럼하고 있었어요. 그냥 집에 올 때까지 참을 수 있었어요. 괜찮아요. 아빠.”

그래, 그럼 아빠가 새 바지를 하나 너의 유치원 사물함에 넣어둘테니, 나중에 또 바지에 오줌을 싸면 너 스스로 가서 갈아입기라도 해라. 축축해서 되겠니.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바지에 오줌싸거나 했을때, 너도 놀리지 마라. 그럴 땐, 사물함의 새 바지를 그 친구에게 너가 입으라고 해. 그럴 때 잘 해줘야한단다.

 텅빈 진료실을 뒤로하고, 원장실에 가만히 들어와 앉아있으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처음 어머니의 대장암을 발견 한 순간, 저는 주변 의사분들과 상의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아들된 입장에서, 수술을 하셔야한다고 강력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수술할 의사분과 상담하신 어머니는,


 “아들아, 대장암 수술을 하고 나면, 배에다가 똥주머니를 차고 다녀야한대. 그게 냄새가 나서 결국 사람들이 모두 피해다닌단다. 아무때나 배에 난 구멍으로 똥이 줄줄 나오는거야. 나는 그렇게 살고싶지는 않아. 수술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거다. 내가 알아서 할께. 다른 치료법이 있을께야.”

 결국 수술을 거부하셨고, 그 대장암이 다른 쪽으로 전이되어서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얼마뒤,  해외에 친척이 있어서 자주 다니시는 중년의 약사님이 말씀하십니다.

“김원장님, 유럽에 가니, 요즘은 어린이들에게 장애인에 관해서 이렇게 가르치더라구요,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되면, 정상적인 신체기능중에서 하나 두개씩을 상실해 가게 된단다. 노인이 되면 눈도 침침해지고, 귀도 덜 들리고, 더 나이가 들면 휠체어를 탈 수도 있게 되지. 장애인이란 그런 시기가 조금 더 삶에서 빨리 오게 된 사람들이란다. 그러니 그 사람들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으니 좀 더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동등하게 대하면 되는 것이란다.'


이렇게요. 이런 방식은 참 좋은 시각과 교육인 것 같아요. 그렇죠 원장님?"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시기는 오게 되어있다. 인간은 영원히 건강할 수 없으므로.

 나는 오늘 유치원에서 돌아올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이리저리 책을 뒤적여보니, 해 줄 말이 어느정도 정리가 됩니다.


 “그래, 네 친구가 바지에 오줌을 쌌는데, 그것을 창피하게 여겨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너가 그것을 친구로써 알게되었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한 번 스스로 생각해 봐.”


 이렇게 말하고, 우선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하겠지요. 별 신통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제가 준비한 말은 이렇습니다.


 “아빠 생각에는, 아들이 오줌 싼 친구 손을 잡고, ‘친구야, 나도 예전에 바지에 오줌 싼 적 있어. 괜찮아. 나도 그랬었어.’라고 말하는게 어떨까 싶어. 사실 아빠도 다섯살때 바지에 오줌 싼 적이 있거든. 잘 기억해보면, 아빠는 초등학교 1학년 때도 쌌던 것 같아. 창피했던 기억이 나네.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니까 너무 걱정은 마. 사실 그 친구들도 다 그런 경험이 있을꺼야. 말을 안해서 서로 모를 뿐이지.”


배려에 관한 문제를 보니, 어제 인터넷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나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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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반찬가게를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저희 가게에 아이와 손잡고 와서 반찬을 산 아이 엄마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가게 일을 도와주시는 저희 엄마는 한 쪽 손이 없으세요.. 
열일곱살때 공장에서 일하다가 다치셔서 왼쪽손을 잃었습니다. 의수를 끼시지요. 
우리 반찬가게에 어제 네다섯살 돼보이는 남자아이와 엄마가 가게로 들어왔어요.

이것저것 골라서 계산하는데 제가 일찍 가게 닫으려고 정리중이어서 엄마가 계산을했어요. 
장시간 의수에 고무장갑까지 끼고 계셔서 피부가 간지러우시다고 장갑과 의수도 벗고 계셨는데..

아이가 묻더라구요.

할머니는 손이 왜 없어요?

순간 저희 엄마도 말문이 막히시더라구요.

근데 아이엄마가 아이에게

이 할머니는 음식을 너무 맛있게 잘 만들어서 천사님들이 손을 빌려간거야.

외할아버지처럼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시면 빌려줬던 손도 돌려 받고 상도 받고 선물도 많이 받으실거야.

그니까 할머니께 맛있게 잘먹겠습니다, 하자.

라고 설명하더군요,,, 아이는 저희 엄마에게 배꼽인사하면서 할머니 맛있게 잘먹겠습니다.

하고 계산하고 갔어요.

손님이 가고나서도 엄마가 한참 말을 안하시더라구요.

장사 접고 같이 친정집에 가는길에야 말씀하시길, 애기가 물어봤을때 그냥 다쳤다고 하려다가 왜 다쳤냐고 물으면 자세히 얘기하기도 뭐하고..너무 어린 아이라서 무섭게 생각할것 같기도하고.. 엄마는 예전에 팔로 인해서 놀림을 받은 적도 많으셔서 마음에 상처가 있으신 분이에요.

아이엄마가 이 글을 본다면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어찌보면 사소한 일일수도 있지만 저희 엄마는 그 일로 아이처럼 웃으면서 좋아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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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고 저는 오늘 아침에 치아교정장치가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한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줄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말해줘야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줘서 그런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징치를 꺼내놓고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자존감이란, 아마도 본인의 노력이외에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배려해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게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저의 자식들이 그런 아이의 주변에 있을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해봅니다. 아직 저 반찬가게의 아주머니 손님만큼 지혜롭지 못한 부족한 저를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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