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서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일을 잘한다는 것> X <지적자본론>

by 김우혁

한 번은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학에 왔는데도 고등학교 때랑 다를 게 없다고. 이래도 되나 싶지만, 나중에 선택지가 없어질 경우를 대비해 일단 당장 주어진 것부터 하고 있다고.


과제와 시험은 여전히 공부의 중심이고, 남들 따라 슬슬 시작한 개별연구와 랩미팅도 어쩐지 익숙한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무언가를 분명히 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익숙한 흐름을 따라가던 중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지금 이 방향이 맞는 걸까?


내일 당장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확실하지만 멀리 있는 거대한 변화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기준들은,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일본 대형 체인 서점 츠타야와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을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지적자본론>을 통해 들어보자.


세상의 구조는 이미 바뀌고 있다

우선 소비 사회의 첫 단계, 'First Stage'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다. 이 경우, 고객의 입장에서는 상품 자체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든 용도만 충족하면 팔 수 있다.
그러나 인프라가 정비되고 생산력이 신장되면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가 찾아온다. 'Second Stage'다. 이 시대는 용도만 갖춘 상품이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목가적인 시대가 아니다. 가치의 축은 상품이지만 그것을 선택하기 위한 장소, 즉 플랫폼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보다 효과적인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가 높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현재, 오늘날의 소비 사회는 더욱 진보하고 있다. 지금은 플랫폼이 넘친다. 인터넷상에도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해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고 소비 활동을 전개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Third Stage'다.

이제는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이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다.

세상은 언제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 흐름을 따라가면, 질문도 조금씩 달라진다.


스킬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기술이 이렇게까지 중시된 데에는 '시대의 요청'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추구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기술이 돈이 되었던 거죠.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더 이상 효용가치를 찾지 않습니다. 내게 도움이 된다거나 편의를 제공해 준다는 뜻에서의 효용가치보다는,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선택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중략)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저는 '근대의 종말'을 가리키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된다거나 편리하다는 기준은 지금까지 200여 년간 줄곧 가치를 생성해 왔지만 최근에는 기능이나 편리성을 높여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거든요.

- <일을 잘한다는 것> 中

우리는 이제 단지 기술력만으로 승부하던 시대에서, '어떤 기술이 왜, 누구에게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 들어섰다. 우리가 자라온 시대는 효용성이 중요한 기준으로서 뿌리내리던 지난 200년의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뀌어 있다.


기술과 재물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기술이 지금까지 대우받고 떠받들어진 것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술은 예전에는 돈이 되었다. 고도 경제성장기의 땅과 마찬가지로 투자해 두면 틀림없이 이익을 얻는 것이 기술이었다.

... (중략)

정답이 과잉이고 문제가 희소한 사회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더구나 현재는 인공지능의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며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이기에 기술의 상대적 가치는 더욱 저하되고 범용화할 것이다. 반대로 사회에서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익을 내는 구조를 구상할 수 있는 감각에는 높은 가치가 인정될 것이다.

우리가 받은 교육은 대체로 '정답을 잘 고르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정답을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플랫폼조차도 넘쳐나는 시대, 정답은 흔하지만 문제는 희소한 시대. 이 시대는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을 원한다. 그것을 야마구치 슈는 '감각'으로 이야기하고, 마스다 무네아키는 '제안'이라고 이야기한다.


질문을 바꾼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 호황기에 두려울 정도로 원활하게 기능을 한 시스템이 다양한 곳에서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시스템 전체의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적인 부분의 성과를 향상하는 기술의 획득에만 주력하는 것은 정말로 바람직한 대책일까? 이것이 이 책에 깔린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기술은 사랑받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으니 기술 정도는 익혀두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고, 조금 더 세속적인 편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예전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것도, 익숙해서일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함은 곧 낡음과도 맞닿아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교육은 3단계가 요구하는 역량과 아직도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부모님의 말처럼, 사회의 분위기처럼 착실하게 잘 달려온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변화의 물살을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된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당신은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게 아니라고. 다만,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등지는 게 아니라, 그 위에서 다음 방향을 찾아보려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지금이 그 출발점일 수 있다.


그 ‘다음 방향’을 향한 고민이 이어진다면, <후회 없는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에서 현명한 선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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