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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hitman Jul 31. 2020

US 응급실 청구서 6,800불

1부 - 'CC에서 아이비리그로'


(Warnings: My words written here are always subjective; thus information may not be based on fact - if they're incorrectly articulated, please let me know by sending an email.)




2시간 정도 입원했던 곳  - Pasadena 헌팅턴 병원 (호텔아님)



"...6,800불?"


그때 생각하면 진짜 아찔하다. 때는 16년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때쯤이었을 것이다. 학업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컬럼비아에서 겪을 학업의 고통에 비하면 새발에 피겠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현재 겪는 게 제일 아쉽고 힘든지라, 그때는 학점관리를 못하면 어쩌나 편입은 잘 되려나 등등 미래 걱정이 많았다. 학교 수업은 수업대로 온 정성을 쏟아부으면서 계속해서 어떤 식으로 가야 하나 연구 중이었으나, 초반부터 너무 스트레스에 위가 자주 쓰렸다. 생각해보면 미국 음식이 잘 맞지를 않으니 이 또한 스트레스였다. 주변에 아주 한인식당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학교 근처에는 식당도 좀 있었고, 먹을만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음식값마저 아껴야 된다고 생각했다.


여러분은 나처럼 미련하게 먹는거에 돈을 아끼지 말자...


유학 생활 중에 음식에 돈을 아끼다니. 정말 세상 어리석은 짓이란 것을 나는 뉴욕에 가서야 눈치챘다. 입에 들어가는 게 곧 나의 건강이고 나를 구성하는 요소 들이것만. 돈을 아껴도 그런 곳에 아끼다니. 내 스스로 반성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쇠귀에 경 읽기. 당시의 나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밥값은 무조건 7불 이하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생각하니 얼마나 아깝던지...). 그 이상은 진짜 너무 아까웠다. 하루에 15불(뉴욕에서는 평범한 수준) 이상 쓰면 나는 그날 스트레스를 두 배로 함께 먹었다.  이러다보니, 이게 한 달 정도면 버티는데, 매일같이 panda express가 서 젤 싼 메뉴 시켜서 먹고, 옆에 99cent 숍 가서 싸구려 소시지, 탄산수, 캔 음식에다가, walmart 온라인에서 젤 싼 라면 1박스 그리고 일본식 쌀 20불 주문해서 밤마다 끼니 때우고... 이런 거지 같은 삶을 거의 3개월을 넘게 했으니 당시 내가 미쳤던 게 분명하다.


결국 몸에 사단이 난 게다. 어느 날 저녁시간이었다. 밖에서 봉사활동하던 중에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복통이라 화장실 다녀오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자 폭풍처럼 복통이 심해졌다. 속에서 창자가 뒤틀리고 쑤시는 느낌이었다. 당시에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이 고통을 어디서 느껴봤더라...?' 돌이켜 보니, 군대에서 맹장 터졌을 때의 고통이랑 거의 똑같았다. 


혼자서 '설마 맹장이 또 터져?'라는 생각과 '큰일이다 여긴 미국인데...'라는 걱정 속에서 학업이고 나발이고 하던 일을 중단하고 일단 우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차마 부모님께는 전화를 못 드렸다. 일단, 급한 데로 파사데나 근처 응급실을 알아봤다. 전화를 걸어서 너무 고통스러워 ER에 가겠다고 하니, 앰뷸런스 불러주냐고 해서 아니라고 직접 가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학생 보험증을 챙기고 우버를 급하게 불러서 근처 종합병원 ER로 갔다.


미국 유학 중에 나처럼 ER에 가는 일 없도록 당신은 꼬옥 건강해야 한다.


'수술해야되면 여기서 해야되나 한국을 가야되나...' 등등 기다리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한국에서 응급실은 초등학교 때 한 번 간 게 다라서 잘 모르지만, 응급실도 기다려야 된다는 게 참 그랬다. 어쨌든, 시키는 대로 접수하고 소변검사받고 한 30분이 지났을까,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1인실에 잠시 눕게 되었다. 그리고 링거를 맞으면서 기다리니 의사가 도착했다. 괜찮다고 스트레스성으로 위가 잠시 놀란 거니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라고 퇴실 수속을 밟게 되었다. 


여기서 재밌는 게, ER 근처에는 여러 보험사 Agent들이 하이에나처럼 서성거린다. 퇴실 준비라는 말과 함께 의사가 나가자 바로 보험사 아저씨가 들어와서 다짜고짜 학생보험증을 요구했다. 그러고는 수수료 60불을 지금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아직 정신이 워낙 없어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지불했다. 보험 아저씨 말씀하시길, 곧 ER 비용 청구서가 집으로 갈 거라고 하였다. 일단, 오든지 말든지 집에 가고 싶었던지라 'ok, ok' 하면서 bye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났을까. 비용 청구서를 보는데 정말 정말 놀랬다. 나는 그때 내 유학이 거기서 끝난 줄 알았다. 


응급실 청구 비용 6,800불


정말 식은땀이 줄줄줄... 그리고 다시 자세히 보니 청구 비용 총 60불. '응..?' 학생 보험으로 비용이 모두 balanced out된 것이다. 후... 정말 그때 생각하면... 미국 유학 시 학교에서 보험은 필수로 들도록 요구한다. 다만 너무 싼 거 찾으려다가 만약에 사태를 대비 못할 수도 있 으니 염두에 두고 학생 보험을 잘 들어놓자. 


오늘 응급실 얘기는 원래 쓰려던 THRT 007수업과 관련해서 나오게 되었다. THRT 007은 IGECT 교양 과목 중 하나로 듣게 되었다. 근현대 영화사이다. 여기서 있었던 점과 수업관련 이야기를 다음포스트에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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