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교회 친구들 8

1983 미아리교회

by 미담

# 삼재(三災)


전도사님과 함께 준식이의 집을 방문한 건

중고등부 회장 교철이 형 그리고 전도사님을 졸라 준식이네 집을 방문하게 한 약방의 감초 짱구였다.

회장형은 막내 교준이의 4형제 중 셋째 형이었다.

금색 뿔테 안경 안의 눈동자는 제법 총명했다.

교철이 형은 나중에 준식이가 진학할 고등학교에

상당한 조언을 해주었다.


"할렐루야 성도님 안녕하세요. 성도님 가족이 평안하시고 하나님의 복 받으시라고 항상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준식이 엄마에게 살갑게 어머님이라는 용어를 두고 깍듯이 성도라는 어색한 칭호를 내리고 전도사님이 말을 이어갔다.

"준식이 교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여름방학 때

학생들 수련회 가는데 준식이도 같이 갔으면 합니다"


"네. 어머니 저희 교회 수련회는 봉사해 주시는 교회 집사님들과 청년회 형님들이 동행하셔서 수련회

기간 동안 준식이 잘 돌봐드릴 겁니다"

교철이 형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을 거들었다


준식엄마는 일요일 오후에 갑자기 들이닥친 전도사님과

큰아들 또래 남학생이 하는 얘기를 고무장갑을 낀 채 듣고 있었다. 어젯밤 장사로 가게 안 널브러진 설거지 거리를 치우던 중 뜬금없는 방문이었다.


"누구로?"

엄마는 느닷없이 들어와 인사하며 본론부터 이야기하는 다소 긴장되 보이는 두 사람의 정체를 준식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는 이곳에 이사 온 이후로 그래도 준식이가

친구들을 사귀고 일요일이 되면 깨우지 않아도

절로 일어나 교회에 가고 때론 점심식사까지 하고

오는 일에 대해서 안도감을 갖고 있었다.


"교회 전도사님과 학생회 회장형.."

준식이는 마치 그분들이 어떤 말을 해도 엄마에겐

통하지 않을 거라 체념한 듯 대답했다.


"교회에서 다음 주에 3박 4일 동안 기도원으로 수련회를

가는데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있어서

준식이도 가면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


"물가에도 갑니까?"

준식이 엄마는 전도사님의 긴장된 설득의 말을

자르고 단호히 물었다.


"아. 네.. 기도원 앞에 작은 강가가 있어서 아이들 물놀이하기에도 좋습니다"

전도사님의 이제 됐다 싶은 득의양양한 미소사이로

준식이는 절망감을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타협하거나 설득의 여지가 없다.'

언젠가 준식이가 어렸을 때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일을 겪은 후론 무릎이상의 물을 들어가 본 적이 없고

물가 자체가 금지 구역이었다.


"안됩니다. 야는 올해가 삼재라 밖에 나돌아 댕기거나

물가에 가면 더더 안 됩니다"


준식이가 처음 교회에 가서 자기소개 후 불렀던

성불사의 밤.

그날처럼 부끄러움이 식은땀으로 흘러내렸다. 교회전도사님에게 삼재를 이유로 수련회를 가지 못하게 하고 계시다니.


준식이와 그의 형 현식이게는 말귀를 알아듣던

때부터 삼재라는 이유로 많은 행동에 제약을 받았다.

아마 기억으론 매년 삼재를 말씀하셨다.


엄마에겐 알토란 같은 형제들을 단속하기엔

그 보다 좋은 단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퍽퍽한 삶에 형제들은 엄마가 살아가야 할 삶의 이유였으니까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삼재라는 말로 모든 가능성을 막아섰다.


다행히 일은 쉽게 풀렸다.

장로님과 지나가던 목사님을 짱구가 애타게 아빠 하며 불렀고 전도 활동으로 그 간 몇 번 인사를 나눴던 준식이 엄마는 자연스레 이어진 목사님과의 대화에서 더 이상 삼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목사님의 설득력 있는 말씀에 귀 기울이고 계셨고

잘 돌보고 건강하게 다녀오겠다는 다짐을 받고 준식이를

내어 주었다.


"고맙다.. 짱구"

"고맙긴 거봐 내가 된다고 했지?"


머리하나가 컸던 짱구는 준식이의 등에

올라타며 즐거워했고 선교원에서 탁구 치며 기다리던

범현이 정문이 멸치도 아우성이었다. 어느새 녀석들 사이에서 5 총사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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