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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Sep 17. 2020

후배가 나에게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카톡이 왔다.

업무에 필요한 문서와 자료, 진행상황들을 공유해달라는 후배의 요청이었다.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한 사항이었으므로 최대한 친절히 대답했다. 전달자의 실수나 오해가 없도록 꼼꼼히, 두 번 세 번 체크했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가면서 조금씩 불쾌해지는거다.


네. 라고 끊으면 정 없이 보일까 봐

네~ , 네에~ 다양히 변주해가며 애를 쓰고

^-^, ^^, :) 등 이모티콘을 수 십 개 보내는 나와는 달리

그는 너무 담백했다.



네.



상처받았어, 나.


뭐랄까. 그러니까 이 상황을 표현하자면.


맛집 식당에 기분 좋게 찾아가서 "뭐가 맛있나요?" , "저 멀리서 어렵게 왔어용~" 하며 사람 좋게 웃는데 식당 주인이 그러거나 말거나 "주문부터 하쇼" 하는 상황.  아쉬운 건 넌데, 내가 왜? 하는 느낌? 툭 하고 너와 나의 거리는 여기까지야 하는 선긋기에 당한 기분?


감정을 골라내보자면

배신감과 서운함, 억울함이 밀려오는 기분.




원래 직장에서는 거리를 두는 게..


그런데 이 녀석이 뒤이어  제대로 화룡정점을 찍어버렸다.



"고맙습니다."



고. 맙. 습. 니. 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나를 하대한다!!!

너 따위에게는 감사합니다 인사도 아깝다는 뜻이다!!

 에라이 고마워 정도나 받아라 하는 느낌!!



"야, 너 그거 열폭이다. 그게 왜 하대야. 그냥 고맙습니다가 감사합니다보다 편한 사람이지."



친구는 흥분해 날뛰는 나를 비웃으며 혀를 끌끌 찼더랬다.





근데 아니다. 이건 열폭이 아니었다. 예민러의 과민반응도 아니다.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차이는 사전적 차이가 아닌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공유된, 통용된 '감정적' 차이였다.


그러니 내가 느낀 감정이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문제는 내가 느낀 감정의 이유다.


상대는 나에게 공손해야 한다는 기대.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왜, 그 사람이 너한테 공손해야 하는데?


직장 생활 10년차에 꼰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반성한다, 아주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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