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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Sep 24. 2020

여자어 vs. 남자어

중고물품 거래 앱에 아주 오래된 한정판 무협지를 올렸다.

1분 만에 채팅 알람이 울렸다.


용용이 : 안녕하세요?  구매 가능할까요.


이 '용용이', 다짜고짜 가격 흥정부터 시작한.


용용이 : 혹시 가는 차비 정도 에누리 가능하실까요?
나 : 그건 어려워요.. 제가 너무 싸게 내놓은 거라. 용용이 :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내일 8시에 약속 장소에서 뵙겠습니다.


거래는 그렇게 성사됐고, 약속한 날이 됐다.

나는 약속 장소에서 책을 들고 서성이며 용용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정해진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띵 하고 알람이 왔다.


용용이 : 정말 죄송합니다만, 차가 막혀 5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 정말 죄송합니다. 빨리 속도 내 가도록 하겠습니다.


약속한 5분여 시간이 흐르고 저 멀리서 누군가 오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하며 반가운 마음에 먼 거리에서 아는 척을 했다. '용용이'라고 짐작했던, 수트 입은 남자가 당황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아닌가..

그는 용용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진짜 용용이가 나타났다.











용용이를  30대의 직장인 남성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팩트 전달에만 목적을 둔, 거래처 과장님과 같았던 그녀의 채팅 말투 때문이었다.


20대 초반의  여자 대학생,  진짜 용용에게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좀 깎아주시면 안될까요오~~~ㅋㅋ? 이런거.

내일 뵙겠습니당!!!!!!!   이런거.

아쿠. 죄송해용 ㅠㅠㅠㅠㅠㅠ  이런거?





출처: [인턴액티브] "'00이는요…', '그랬쪄요' 안 써"…20대 여성 '말투 탈코르셋' 출처 : 연합뉴스 | 네이버 http://naver.me/xB6t9PC5



세종대왕님은 한글을 만들 때

 남녀를 구분하지 않으셨다.



참으로 당연한 사실인데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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