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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Dec 15. 2020

패딩 입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확진자 천 명?

그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9호선 일반 지하철은 그나마 양반이다. 급행을 타려다 밀려드는 인파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래, 차라리 잠 덜 자고 일찍 서둘러서 널럴한 일반행을 타는 게 코로나 걸리는 것 보다야 낫지.  그렇고 말고.


영하 10도의 추위라기에 기모, 히트텍 등등 단단히 껴입었더니 지하철 안은 한증막이다.

자리에 앉은 사람도 서 있는 사람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이럴 땐 빈자리도 그리 반갑지 않다.

특히나 왼쪽 오른쪽 모두 패딩일 때는, 서로의 존재 자체가 불편 그 자체다.  



 패딩에 낀 나


오늘 출근길에서도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가 이내 후회했다.

좌로 네×, 우로 내셔널×오그래×.

그 가운데 K×를 입은 나까지.

세 개의 솜덩이가 붙어있으니 꼼짝할 수가 없었다.

기어이 엉덩이를 반쯤 빼고 의자 끝에 걸터앉아 가느다랗게 숨만 쉬었다.  마스크 안 작은 공간에서 내 숨을 그대로  들이마시고 있자니 동면에 들어간 곰은,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이 와중에 의자는 왜 이리 따뜻한지.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목적지를 지나쳤다.


벌써 12월인 게 믿기지 않는다.

전철도, 나의 시간도

너무 빠르게 가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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