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라이터(gaslighter)
남들이 자신을 질투한다고 믿는 그대
"너는 그게 문제야."
이과장이 입을 열기 시작됐다.
직원들은 이과장의 그런 방식을 '유치원 선생질'이라고 불렀다.
"자 이거 봐. 자간이 다르잖아. 그리고 앞줄은 삐뚤빼뚤해. 제목은 눈에 띄지도 않네. 폰트도 바꾸고."
로 시작된 '빨간펜 선생님'의 훈계는
"알맹이가 없잖아 보고서에. 넌 그게 문제야. 늘 새로운 걸 고민하고 전략을 짜야하는데 뻔한 소리만 늘어놔. 이건 네가 성실하지 못해서야. 너 일하기 싫어? 싫으면 하지 마. 나 엄청 바쁜데 이런 하찮은 거 보는 내 귀한 시간이 아깝다야."
직원의 일생과 태도까지 휘저으며 끝이 났다.
남은 것은 직원 스스로를 향한 죄책감,
상처 난 자존심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란 데 있었다.
업무 기획이 틀어졌다?
행사가 원활하지 못했다?
회사 대표나 상사에게 지적을 받았다?
면, 그 책임은 이과장이 아닌 다른 직원들의 몫이었다.
"네가 보고서를 이따위로 써서!"
"네가 주문을 잘못해서!"
"네가 못생겨서" "네가 너무 뚱뚱해서"(까지는 아니지만)
이과장은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매번 남 탓이었다. 잘못된 결과에 지시를 명확히 하지 않고 총괄하지 않은 본인의 책임은 없었다.
직원들은 반발했다. 처음엔 말이다.
'지는 뭘 했다고.'
'지가 책임자면서.'
하지만 점점 직원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마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슬픔(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단계처럼.
1단계 부정 : "뭐? 내가 게으르다고? 지각한 적 없고 마감 시간 어긴 적도 없는데?!"
2단계 분노 : "지가 뭔데 저딴 말을 하는 거야? 이거 직장 내 괴롭힘 아냐?!!!'
3단계 타협 : "에혀. 퇴사 못할 거면 그냥 하란대로 하자. 뻘소린 듣고 흘리면 되지."
4단계 우울 : "하아. 상사한테 만날 혼나니 출근하기 싫다..."
5단계 수용 : "그래 내가 모지리지. 난 왜 이렇게 부지런하지 못할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은 적응, 순응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원의 인사고과 및 생사(월급)의 결정권을 쥔 상사의 가스 라이팅은 피할 수도 없다. 특히나 권모술수, 아부가 난무하는 직장에서는 그런 상사의 병적인 발언은 충고, 조언으로 포장되기 쉽다.
그래서 이과장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대외적으로는 유능하고 매력적이었지만
이과장의 밑에서 극도의 비참함과 자기혐오로 고통을 받으며 스스로를 멍청하고, 볼품없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속을 끓였다.
특징
일명 가스라이터. 이들의 특징은 상대방을 비난하고 조정하면서,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도취한다.
일종의 편향된 나르시시즘. 하지만 실제 이들은 결점이 많다. 직장인이라면 업무 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자기혐오가 높다. 이를 숨기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상대방을 조종하기 위한 거짓말을 반복한다. 문제는 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는데 있다.
'나는 항상 옳다'라는 가치관이 요지부동으로 확고하기 때문에 가스라이팅의 대화방식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만약 조금이라도 반항을 하거나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 겉으로만 듣는 척할 뿐,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해 더 강한 공격을 계획한다. 또한, 그 가치관으로 주변 사람들을 끊임 없이 달달 볶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게 된다. 그러면 다시 주변인을 의심하고 더더욱 주변 사람들은 기피하고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편집성 성격장애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 심각한 굴욕을 경험하고 스스로를 무력하다고 느껴왔던(낮은 자기효능감) 경험을 갖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들이 겪는 불안은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이 가지는 감정, 즉 수치심에 단절 불안이 섞여들어간 것이다. '분리불안'으로 일컬어지는 공황과 달리 '파괴당하고, 산산조각 나고,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그 근간에 있다. 이 때문에 좀처럼 낯선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웃음으로 승화하거나 받아들일만한 지적이나 유머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굴욕을 당하고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자신의 부정적 요소를 왜곡하거나 무조건 바깥으로 돌려버리는 식(투사)으로 방어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부정적인 면이 제거된(투사되었으므로)' 자기 이미지만 남아있게 되어 과장된 자기 표상을 가지게 된다.
1. 충분한 근거가 없는데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착취하거나 해하거나 속인다고 의심한다.
2. 친구나 동료의 충실성과 신뢰성을 부당하게 의심한다.
3. 그 내용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따는 이유 없는 두려움으로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를 주저한다.
4. 다른 사람의 호의적인 말이나 행동에 경멸이나 위협의 의미가 숨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5. 상대방에게 모욕이나 상처 받은 일, 상배앙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하지 않는다.
6. 다른 사람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말과 행동도 자기 성격이나 평판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즉각 반응하여 화를 내거나 반격한다.
-출처 : 내 주변의 싸이코들, 두에인 L 도버트, 황소걸음
대하는 법
이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을 끝없이 불신하고 의심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의도를 곡해하고, 자신을 질투하거나 헤아려한다고 망상을 하기도 한다.
이들을 대할 때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들의 불안을 잠재워보겠다고 영웅심리를 내세워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은 어김없이 자신의 의심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거부하면? 자신이 배신을 당했다며 분노하며 복수심을 드러낼 것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관계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갈등이 생긴다면 정중히 사과하고 분노나 격분 등의 지나친 감정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단, 체면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틀린 것을 지적하거나 충고를 하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대신 당당하고 성실한 태도로 임하라. 의심을 가진 이들을 피할 수 없다면 말 한마디라도 결정적으로, 단정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이 있다면 확인 후 재빨리 피드백하라. 결론이 나지 않는 일이라도 그(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들어오는 정보들만으로도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