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big mouth)

공허함에 쉴새 없이 지저귀는 당신

by 권도연

"자기~ 어제 클럽 다녀왔어? 왠지 밤새 술 마신 얼굴인데?!"


마침 입이 근질근질했던 부장이었다. 그의 레이더망에 입사 1년 차 김사원이 걸려들었다.


아침 8시 45분. 자리에 앉아 저마다의 모닝 타임을 즐기고 있었던 직원들의 손가락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헐 어쩐지 화장 요란하게 하고 다니더니.

-클럽이라니 이 코로나 시국에.


평소 활발하고 씩씩했던 김사원은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쿨한 표정과 말투로 박부장의 말을 되받아쳤다.


"에이 부장니임~ 아니에요~ 저 클럽 같은 데 안 다녀요."


박부장은 속으로 옳다구나를 외쳤다.


"술은 마셨나 보네. 퇴근하면 남자들 골라가며 만난다더니 진짠가 봐?!"


사람들의 손가락이 또 바빠졌다.


-얼굴 반반하다 했더니 ㅉㅉ

-영업팀 송대리한테 꼬리 친다던데요~


김사원은 순식간에 박부장이 만든 분위기(flow)에 휩쓸려 들어갔다.

박부장에게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신입인 김사원이 자신의 말에 쩔쩔매는 것이 재미있었고

팀 내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호응하는 것이 기분 좋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박부장이 던진 돌에 개구리인 김사원은 맞아 죽는 거였다. 부장의 한낱 재미에 팀원의 인생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악의 없이 물었다.

"클럽 좋아한다며? 물 좋은 데 추천해줘 봐."

김사원을 모르는 사람들도 수군댔다.

"남자 직원들하고 그렇게 술 마시고 다닌대!"


회사라는 조직에서의 '말', '소문'이란 당사자의 의지나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었다.

자극적인 가십일수록 더욱더 빨리, 아주 과장되게 퍼지는 곳이 사회였다.








박 부장의 말 만들기는 사내에서 유명했다.

박부장이 여론을 만들면, 먹잇감이 된 당사자는 바보가 되거나 게으른 사람이 되거나 나쁜 사람이 되었다. 10년 차 박부장의 인맥과 영향력에 발끝도 미치지 못하는 부하직원들은 박부장이 만든 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들도 처음에는 부정했다. 아니라고 손사래 치고 거짓말이라고 화도 냈다. 하지만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급기야 당사자 스스로 자신이 그런 사람인 것처럼 여기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박부장의 타깃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위계질서가 낮은 직급의 자기표현에 서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박부장이 던진 돌에 맞고서도

그 즉시 "나 죽겠네" 하고 발버둥 치며 울거나

다친 상처를 보여주며 왜 던졌냐고 따져 묻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버렸다.

박부장에 대한 공격성보다 소심한 방어 본능이 먼저 발동한 것이었다. 팀 내 분위기를 해칠까, 자신의 성격 좋은 이미지를 망칠까 하하하 웃어버려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자신이 아무렇지 않으면 박부장의 말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거라 생각한 것이 큰 패착이었으리라.


그 바람에 박부장은 '타깃' 팀원이 짓는 표정과 반응을 보고 자신이 재치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더 한다. 강도를 세게. 빈도는 더 자주.


그렇다고 그 타깃에게 어느 누가 손가락질을 할 있겠는가.


'기분 나쁠 때 바로 확! 티를 내세요'라고 충고하는 사람들,

'무례한 사람에게 당당하게 선을 넘었다고 얘기하세요!'라고 조언하는 책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했어야 한다고 답답해하는 동료들.

당사자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다.


당해보면 안다. 위계질서 엄격한 조직에서 그것도 자신의 인사고과를 쥐고 있는 선배 앞에 그런 반응이 쉽게 나올까.

특히나 소심한 사람이라면 더 하다. 상대에게 내 감정을 티 내라고? 그건 돌 맞은 개구리에게 일어나서 개구리 왕눈이 차럼 피리를 불어 보라는 것과 다름없는 막말이다.


필리리리


김사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1분 만에 일어난 박부장의 무차별적 말폭탄을 온몸으로 맞으며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화장실에서, 회의실에서, 밥 먹을 때, 커피 마실 때 되새김질했다.

억울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하지만 입사 1년 차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자신은 클럽을 가지 않았으며 술도 마시지 않았다고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쏟아지던 어느 날, 김사원은

검색창에 여섯 글자를 입력했다.


사직서 쓰는 법.


서류 광탈 152번 만에 입사했던 회사였지만

김사원은 자신의 발로 도망쳐 나왔다.







특징


화려한 말발과 문어발 인맥으로 회사 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타깃을 잡아 소문을 내고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즐긴다. 스피커이지만 자신이 스피커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군중 속에 자신을 숨기고, 자신의 말을 여론인 것처럼 흘려버리는 것이다.

누군가를 무시해 깎아내리고 공격해야만 자신의 자존감이 지켜진다고 믿는 유형이다.

내면에 분노와 적대감이 차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겁이 많고, 소심한 것이 특징이다. 타인의 인정에도 목이 말라 권력자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충성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스타일.



1. 현실이든 상상이든 버림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 상대방을 극도로 이상화 혹은 평가절하 해 불안정하고 극단적인 인간관계를 보인다.
3. 자아상 혹은 자의식이 유난히 약하다.
4. 낭비, 무절제한 식사, 성생활, 거친 운전 등 최소 두 가지 영역에서 충동적인 경향이 있다.
5. 감정 기복이 심해 불쾌함, 예민함, 염려가 몇 시간 드물게는 며칠씩 지속된다.
6. 만성적으로 공허함을 느낀다.
7. 번번하게 짜증을 내고 끊임없이 분노하며 물리적인 싸움을 반복하는 등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8.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출처 : 내 주변의 싸이코들, 두에인 L 도버트, 황소걸음





대하는 법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두고 경계성 성격 장애라 진단한다. 부모와 애착 형성이 불안정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이들은 감정 기복이 심하다. 이들의 내면에는 거절당하고 버림받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허함이 가득차 있다. 그래서 사소한 문제로 자주 격분하고 우울해하며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주변의 사람들, 심지어 가족도 그(녀)를 떠나간다. 그러다보니 또 외로움과 공허감이 폭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은 태도'로 대하는 것이 좋다. 이들의 감정 기복에 휘둘리지 않도록 냉정함을 잃지말고 일정한 선을 정해놓고 대해야 한다. 이들의 분노와 흥분, 짜증 등에 당신이 반응한다면, 그들은 그것을 기폭제로 더한 감정 표출을 할 것이다. 결국 상처받는 것은,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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