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 가장 많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책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꼽는다.
“군주가 사랑 혹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중 어느 쪽이 옳은가. 만일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군주론’ 17장)
하지만 이 '두려움'을 권력으로 누리는 권리로 착각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그 불행은, 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직장내 괴롭힘'이다.
입사한지 1~2년 되는 신입들의 잦은 이직과 퇴사를 지적하는 기사에서는 '젊은 이들의 워라밸' 추구를 원인으고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경직된 조직문화, 직장 내 인간관계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A씨는 "대표가 저를 쫓아다니면서 시비를 걸고 욕을 한다. 반복되는 괴롭힘에 저항할 의지조차 상실했다. '내가 죽으면 해결될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라고 호소했다.
기사에 따르면 작년(2021) 1년 간, 직장인 18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4명, 50대와 40대가 각각 3명, 연령 미확인이 1명이었다고 한다.
나는 직장내 괴롭힘의 가해자였던 사람들을 직접 관찰하고 겪으면서 일명 '문제있는 리더'들의 특징을 찾아글을 적었다. 내적 결핍이 있는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 등 그들의 '심리적 원인'은 다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
경력이나 능력에 의해 자신에게 부여된 권위를, 권력과 착각했다.
직장내 직위로 대표되는 권력을 사용하면서 '아주 뚜렷하고 명확하며 좋은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경우' 그것이 다소 거칠고 파괴적이어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오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똑같이 변명했다.
'가르치려 했을 뿐',
'버릇을 들여야 했을 뿐',
'조직의 속성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이었을 뿐'
그 방식은 매우 날카로웠고 이기적이었으나 '직장'이기 때문에 용인되었다.
피해자들은 '직장'이기 때문에 용인해야한다고 강요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피하라', '반항하라', 혹은 '반성해라'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 감정 소모나 스트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며, 기본적인 욕구마저 파괴한다.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의 인간의 5대 욕구.
독일에서 발달 심리를 수업하던 교수는 독일말도 서툰 나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적이 있었다.
"어디까지가 인간에게 결핍을 느끼게 하는 욕구일까"
나는 너무도 자신있게 1단계 욕구, 생리적 욕구-먹는 것, 자는 것, 종족 보존 등-라고 대답했다.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내가 심리학을 전공한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했다.
" 틀렸어. 정답은 4단계. 인간은 생리적 욕구 말고 다른 결핍이 있어서 동물과 다른 것이란다. 인간과 동물을 같다고 생각한다면 넌 심리학을 공부할 자격이 없는거야."
그 때의 나는 졸업을 1년 앞두고 범죄 심리학, 이상 심리학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순자의 성악살을 맹신하고 있었고,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동물과 같은 1차적 욕구에 의한 것이라는 졸업 논문도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교수는 그 이후에도 인간의 복잡성에 대해 줄곧 강조를 했는데 그때의 가장 기본 자료가 바로 매슬로의 인간 5단계 욕구였다.
생리적 욕구- 안정/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자기존중 또는 존경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
매슬로의 이론에 따르면 5단계 중 자아실현을 제외한 전 단계가 부족하면 인간은 어쨌든 성장 과정에서 결핍을 느끼고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론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직장내 '나쁜 상사'는 직원의 기본적인 욕구 중 무엇을 침해하는가.
-권력의 의지 중 발췌-
줄리 바틸라나, 티치아나 카시아로의 '권력의 의지'란 책에 따르면 인간이 가치를 두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두가지, 안정감과 자존감이다.
두 학자는
1. 자신을 위험으로부터의 보호하고
2. 가치있는 존재라는 확신
을 갖는 것이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보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단순히 누군가를 괴롭히는 나쁜 행동으로 보는 것을 넘어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결핍/파괴 이벤트'라고 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괴롭힘의 가해자, 즉 '오류를 가진 리더'들은 말로서, 행동으로서 우리의 안정감을 위협하며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게다가 평가자라는 이유만으로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부하직원들을 순식간에 무능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깎아내린다. 그래서 나쁜 상사를 둔 직원들은 상사의 그런 말과 행동에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도망을 치거나 덫에 걸려 꼼짝 못하는 먹잇감 마냥 체념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한 마디로 '무력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계가 걸린 직장 문제, 피할 수 없는 환경과 구조적인 이유, 그렇기 때문에 부하 직원은 안정감과 통제력을 상실한 채로 신체 및 심리적 안전감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이 상태는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상황을 당연한, 어쩌면 대의(혹은 회사나 팀 전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직장내 권력은 속성 상 악하게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들의 악행을 피해 도망가야만 할까. 직장을 때려치거나 인사 조치를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나를. 지키기 위해
권력을 갖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다음 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