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깝지만 미용실은 가야겠습니다

이미지 메이킹 2화

by 권도연

입사해서보니 민지를 포함 신입생은 총 10명이었다. 그중 여성은 3명, 민지가 가장 연장자였고, 통학 거리도 가장 길었다.


그래서인지 민지는 매일매일이 신이 나면서도 고단했고, 재미있으면서도 겁이 났다.


동기들은 입학식에서 만난 유치원생들처럼 만나자마자 언니 동생 누나 아우 해가며 끊임없이 재잘댔다. 고시원 골방에, 부모의 눈치에, 친구들과의 비교 자책에 무척이나 속을 끓여왔던 취준생들은 마침내! 드디어! 맞닥뜨린 해방감에 모두들 밤낮없이 수다를 이어갔다.


회사에서는 한 달간의 신입 교육을 예고했다. 복장은 정장,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조직의 일원으로서 익혀야 하는 사규를 익히거나 강의 참석, 시설 투어와 최종적으로 부서 배치까지 이루어져야 끝나는 일정이었다.


신입들이 지나가면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직원들도 고개를 길게 빼고 쳐다봤다. 마치 병아리 10마리가 줄을 지어 줄줄 삐약삐약 아장아장 걸어가면 사랑스러운 눈과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처럼 그랬다.



출처 : 창원일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신입들은 무리 지어 움직였다. 그들은 모두 검은 계열의 바지 정장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똑같은 틀에 찍어 낸 인형 같아 보였으리라.


"누나 고시 공부 오래 했죠?"

"나? 아닌데..."


동기 중 하나가 민지에게 뜬금없이 말을 건 그날, 10명의 신입들은 모두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연수의 마지막 날이었고 주말만 지나면 각자 배정받은 부서로 출근을 해야 했다.

그들은 섭섭한 마음과 후련한 마음, 그리고 한 달 동안 같이 지지고 볶은 동기 우애 같은 것들이 막 샘솟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녀석은 일명 좋은 마음에서 하는 충고를 코스프레하며 툭 하고 말을 던진 것이었다.


그는 오랜 고시생의 특징이라며 긴 생 머리를 꽈배기 고무줄로 징징 동여매고, 어깨가 라운드 숄더이며, 구두 대신 컨버스나 ㅇㅇ운동화를 신는다는 말을 했다.

"나 해외에서 봉사활동하다 왔다고 얘기했잖아."

"그러긴 했지.. 근데 누나한테는 해외 배낭여행하는 자유로움보다 뭐랄까... 갑갑함이 보여서 하는 말이야."


너 왜 이래 우리 누님한테!!!

또 다른 동기가 그의 선 넘음을 차단하며 말을 가로막았지만 민지의 심장과 뇌는 이미 그의 말로 싸늘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전부를 숙취로 날려버리면서도 머릿속은 계속 동기 말이 맴돌았다. 신입 연수 시작 날부터 끊임없이 솟아올랐던 불안의 감정을 동기가 툭 건드린 것 같았다.


그것은 민지 스스로가 다른 누군가와 달라 보인다는 불안감.

다른 동기들은 신입답게 빛이 나고 생기가 도는 인상이라면 자신은 어딘가 모르게 축축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느낌.


면접 이후 쓰지 않았던 거울을 꺼내봤다.

거울 속에는 귀찮아 기른 긴 생머리의 여자가 까만 머리카락과 함께 물먹은 콩나물처럼 축 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느낌에서 웃음을 제거한 느낌. 출처 : 다니엘 헤니 인스타그램





1. 미용실을 찾았다.


헤어 스타일은 얼굴의 이미지와 형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가발을 써보면 안다. 길이와 스타일, 컬러의 변화만으로 나는 김태희가 되었다가(진짜?) 박명수가 된다.


연예인 송지효는 머리를 숏컷했다가 팬들에게 원성을 들었다.


헤어 스타일을 통해 김태희로의 변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못생긴 부분을 가리고 보완하기 위해서는 민지는 자신의 얼굴형부터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했다.


출처 : 뷰티풀 미디어


민지는 전형적인 직사각형 얼굴이었다.

양쪽 턱끝이 각지고 발달돼 보이는 데에 추가로 광대까지 툭 튀어나와 고집이 세 보인다는 평가를 자주 받았다.

그런데 현재 민지의 헤어스타일은 뱅헤어였다.

기나긴 지옥철을 타고 1시간 넘는 통근 거리를 넘어 회사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집에서 빈둥대거나 소모되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그런 민지에게 긴 생머리는 매우 편리했다. 따로 고데기를 말거나 하면서 스타일을 바꾸지 않아도 대충 드라이로 말려서 다 말랐다 싶을 때 질끈 묶으면 스타일 완성이었다.


문제는 그 스타일이 민지에게 안 울렸다는 거다. 편한 줄 알았지만, 결국 나쁜 인상을 부각해 사회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스타일.


민지는 자신의 각진 턱과 튀어나온 광대뼈를 가리기로 결심했다.


양 옆으로 잘라한 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볼륨 매직으로 조금 뛰워 턱선으로 이어지는 머리 흐름이 각진 턱을 부드럽게 보이는 효과가 보이게끔 했다.



그래서 짜잔.



2. 옷장을 뒤졌다.


네크라인은 얼굴형과 관련해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중요한 부분이다.


얼굴형은 헤어 스타일뿐만 아니라 어깨와 목선에 의해서도 시각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네크라인이다.

각진 얼굴을 부드럽게 보이게 할 네크라인을 찾아야 했다.


각진 얼굴을 커버하는 u넥, 오프숄더, 바토우넥


민지는 얼굴은 각졌지만 나름 어깨선에는 자신이 있으니 오프숄더를 살짝 고민도 했다, 솔직히. 하지만 신입사원의 맨 살은 최대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국룰이라면 국룰이었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U넥을 찾았다. 까만 정장 목이 꽉 끼는 셔츠 대신 하얗고 깔끔한 U넥 티를 입으니 예상외로 힙하고 가벼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각진 얼굴의 소유자가 단추 셔츠를 입을 경우에는 위 2개 단추를 열어 보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은 사실.

취준생 준비 시절 무조건 자격증을 많이 갖자는 목표로 따놓은 이미지 메이킹 1급 자격증.

민지는 이미지 메이킹 1급 자격증 보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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