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하진 않지만 인사는 잘합니다

이미지 메이킹 3화

by 권도연

동기 1은 기획팀, 동기 2는 법률지원팀, 동기 3은 홍보팀

그리고 민지가 배정된 팀은 소비자분석팀이었다.


민지는 자신이 배정받은 부서 이름을 보자마자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동기들은 1 지망은 아니지만 대부분 3 지망 내에서 배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분석팀은 민지가 생각조차 하지 못한 부서였다.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고 안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 부서 이동은 자주 있으니까 뭐든지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합니다."

"네!!!!"


인사팀장의 말에 10명의 신입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민지는 금붕어처럼 입만 뻥긋하곤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홍보팀에 배정받은 000입니다!!!"


바로 옆팀으로 배정받은 동기가 사무실 전체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외치며 허리를 숙였다. 생각지 못했던 '신입 인사'에 당황한 것은 민지였다.


저렇게 까지 해야 해? 정말 창피해!!!


뭐 이런 이미지 /출처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와 우리 신입 왔다!!!"

"대환영 대환영!!!! 내가 우리 신입 온대서 모닝커피 사놨어요. 아아, 아라, 뜨아, 아바라 종류별로 골라봐."


민지는 동기의 환대받는 모습에 등 떠밀리 듯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소비자분석팀에 발령받은 김민지입니다."


목소리는 무척이나 떨렸고, 결국 김민지 이름 석자는 개미만 하게 기어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난 팀장 고영, 여기 팀원들하고 인사해요."

"아 안녕하세요."


쭈뼛거리는 민지의 어깨를 팔로 감싼 고영 팀장은 미세하게 떨고 있는 민지를 가볍게 토닥였다.


"지금 우리가 오전 회의를 준비 중이어서 좀 바빠요. 인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좀 보고 있을래요?"

"네에..."


민지는 엉거주춤 깨끗하게 비워진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켰다. 긴장했던 숨을 고르고 인터넷 창을 열어 클릭을 하고 있는데 옆팀 소리가 들렸다.


하하호호 깔깔깔.

동기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렸다. 평소에도 밝고 긍정적인 친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성격이 좋으니 적응도 금방 하는구나라고 민지는 생각했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민지는 하릴없이 인터넷 창을 열어 시답잖은 연애 뉴스를 클릭하고 있었다.


"자. 이제 회의실 세팅합시다. 자료 깔고 pt 준비해요."


고 팀장의 말에 팀원들이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였다. 민지도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민지는 쭈뼛대다가 팀원 하나가 노트북과 서류를 다 챙기느라 끙끙대는 걸 보고 다가갔다.


"도와... 드릴까요?"


어.. 고마워요. 팀원이 방긋 웃으며 서류를 민지에게 건넸다. 민지는 그 웃음에 긴장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민지는 그 팀원을 열심히 도왔다. 회의 세팅보다 민지가 제일 많이 한 업무는 '뛰기'였다. 회의실과 사무실 거리가 꽤 되었기 때문에 민지는 종종걸음으로 풀을 챙겨 오고 스테이플러를 챙겼다가 또 그다음엔 서류를 찾아오기도 했다.

예쁘게 가라앉아있던 민지의 머리는 헝클어졌고 티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민지는 자신이 사회 초년생으로서 처음 맞닥뜨린 조직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다.

회의가 시작됐다. 민지는 팀장의 지시대로 사무실에 남았다. 회의 중에 걸려 올 수도 있는 전화를 받아 기록하라고 했다.

민지는 괜히 또 긴장이 돼서 등을 곧추 세우고 전화만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000입니다."


홍보팀 동기는 지나가면서 만나는 선배들한테 90도로 인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이번에 새로 온 친구구나. 안녕!!! 밝아서 좋네!! 신입은 인사를 잘해야 이쁨 받아요 알죠?"


나이 지긋한 남직원의 말에 민지는 아뿔싸 몇 분 전 상황이 떠올랐다. 회의실과 사무실을 수시로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마주친 선배들이 있었다. 민지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못해도 이해해 줄 거라 믿었다. 자신이 바쁘니까, 정신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내 사정을 알기나 알았을까. 민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무룩해졌다.


이때 전화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소비자분석팀 김민지입니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민지는 충실히 발신자의 번호를 받아 적고 용건을 메모했다.


"잘하고 있어요?"


팀장과 팀원들이 들어왔다.


"네..."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뭔 일 있어?"

"아, 아뇨.... 그리고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여기 메모해 놓았어요."

"굿~ 민지 씨 고마워요. 우리 회의도 끝났는데 회의 내용 대충 정리하고 저기 가서 우리끼리 티타임이나 할까? 20분 후 어때?"


소비자분석팀의 티타임의 20분 동안 홍보팀의 동기는 수시로 목소리를 높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홍보팀 신입사원 000입니다!!!!


민지는 그 목소리에 자꾸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또다시 어둡고 수줍고 내향적인 민지의 성격이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의 첫인상을 평가할 얼굴!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사'다.


특히 오냐오냐하는 부모님과 구래 구래 하는 친구들 세계를 벗어나 잔인하고 냉정한 사회에 떨어진 신입사원들이라면 직장에서의 인사법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기본 소양이다.


"걔는 선배들한테 인사를 제대로 안 하더라!!"


이미 신입을 경험한 주니어들도, 신입을 받는 시니어들도 이런 험담(?)에 익숙할 것이다. 이는 조직에서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업무 능력이 아니라 인성이란 소리다.

왜냐하면 인사는 예절의 기본이자 인간관계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출처 : 비즈폼


그렇다고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크고 밝게 인사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인사의 기본만 준수하면 된다.

정중하고 자연스러울 것.


이것만 지키면 인사로 이미지가 깎이는 일은 없다.


.


"근데 홍보팀의 그 신입은 참... 인사를."

"잘.. 하죠? 전 아까 회의 지원할 때 선배님들을 많이 마주쳤는데 제대로 인사를 못했거든요.. 왠지 선배님들이 신입사원이 건방지다고 하실 거 같아서 좀.. 걱정이 돼요."


팀장의 말에 민지가 풀이 죽어 대꾸했다. 그런데 팀장은 예상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니 잘 못하던데. 요즘 우리 바쁜 시즌이라 다들 예민한데 자꾸 큰소리로 인사하니까. 못 봤어? 사람들 걔 목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던 거? 민지 씨는 그러지 말아요. 우리 팀 막내였음 내가 벌써 불러다 조용히 하라고 했을 걸."


"아..."


민지는 고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민지 씨는 바빠서 그럴 수 있다고 쳐. 하지만 담부터는 그래도 선배들한테 눈인사나 간단한 목례 정도는 하도록 해요. 그러면 오해 없이 잘 지나갈 거야. 그리고 내가 신입 때 느끼던 건데 저 사람이 날 알까, 내 인사를 안 받아준다 싶을 때가 있거든? 그럴 땐 그냥 하는 거야. 인사란 게 그렇더라고. 받는 사람이 없어도 하는 거. 그게 마음이 편해. "


고 팀장의 말에 민지는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까 전화 받을 때 잘 받았지? 메모 보면 얘가 전화를 어떻게 받았을 지 딱 감이 오거든. 사람들 관심없는 거 같아도 민지씨 전화받는 거 다 듣고 느꼈을 걸? 지금처럼 조근조근 차분하게 말했을테니 아마 저 친구 꽤 괜찮은 친구구나 했을거야."


그날 이후 민지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정중하고 공손하고 바르게 인사했다.

인사는 진실한 자세로 하지 않으면 티가 나게 마련이었다.

무조건 밝은, 나 신입이오 하는 듯한 해맑은 인사는 민지의 성격이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민지는 그래서 자신 있게 자신만의 인사법을 만들고 실행했다.

' 정도 있고, 예의 바른' 인사.

민지는 그렇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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