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정치 안하실래요?

by 권도연

지금 우리 정치는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다.


"싸우기만 하는 정치",

"각종 비리가 판을 치는 정치",

"일은 안하고 돈만 쓰는 정치인."

영화 속 정치인은 늘 똑같다.

정치의 연관검색어는 부정, 부패, 비리 뿐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정치인은 술집에서 술시중을 받느라 바쁘고, 시사 고발 프로에서 등장하는 정치인은 뒷돈을 챙기느라 열일하신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지겹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해서 무기력에 빠져 있는 재난민처럼.


그렇다고 정치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우리가 먹고 사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걸 잘 아니까.


생각해보면 국회가 시끄러운 것은 당연하다. 몇 천만 국민이 그 수만큼의 생각과 감정으로 부딪치는 곳에서 말썽과 갈등은 필연적이다. 어떤 이념과 노선을 표방하건 정치인이 자기가 대표하는 집단, 지역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은 의무다. 우리는 그러라고 세금을 낸다. 내 목소리를, 내 가족과 내 마을과 내 고향을 위해 싸워달라고.


그렇다고 이러란 건 아니고...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것, 뉴스.


우리는 정치를 뉴스로만 본다. tv 속 정치인들은 만날 싸운다. 뉴스의 결론은 늘 답정너다. ‘여당도 야당도 다 잘못했다’다. 심지어 청와대와 국회가 충돌하면 청와대는 쏙 빠지고 여야만 부각된다. 무능한 국회, 세비만 축내는 국회는 만인의 주먹을 부르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국회의 본질은 삼권분립원칙에 따라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법안들에 문제가 있는지 검증하고 따져 묻는게 일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빨리 처리하지 않는다며 비난한다.


1%의 세율 인상으로 누군가는 밥을 굶고, 누군가는 사업을 접는다. 그걸 잘 아니까 국회는 자신들이 대표하는 사람들을 위해 맹렬히 싸우는 것이다. 누구는 중소기업의 편에 서서, 누구는 상공인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법안처리를 막을 근거를 찾는다. 그걸 언론에서는 ‘발목을 잡는다’라고 표현한다. 수십 만의 목숨줄을 쥔 법안을 국회에 세워서 따져묻고 탈탈 털어봐야지 그걸 그냥 보내주나? 발목을 안잡으면 그게 직무유기인거다.


국정감사나 청문회를 보면 더 심각하다. 특히 국감은 난장으로 그려진다. 물론 이렇게 만든 당사자들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밤새 만든 질의서와 수 백번 고쳐 쓴 보고서가 묻혀버리니까 쇼하는거다.

몸소 얼굴을 희생한 직원의 직업정신.


6억짜리 정치인


국회의원의 월급은 날마다 안주상에 오르는 횟감이다. 300명 정치인들의 몸값이 각각 6억이라니 혈압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보좌관 2명, 비서관 2명, 비서 각 1명, 인턴 2명 등 총 9명이나 거느리고 일한다니 욕 먹어도 싸다. 이동하는 데 필요한 자동차 유지비와 기름값도 나오고, 예산 안에서라면 KTX와 비행기 이용은 공짜라는 말에 뒷목을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첨부] 국회의원 특권에 관한 팩트체크된 기사 내용


돈 많이 쓴다. 줄이는 게 맞다. 그렇다고 ‘일 안하고 돈만 많이 받는 정치인’의 프레임을 씌워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외국 국회의원과 비교해가며 한국 국회의원을 욕하는 건 틀렸다는 거다. 몇 해 전 tv에서 덴마크 정치인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 시청자들은 정치인이라면 저래야 한다고 기립박수를 쳤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덴마크는 인구 3만명에 의원이 1명이다. 우리가 인구 3만명에 의원 1명을 두려면 국회의원 1,500명 쯤 두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보좌관 2명으로 줄이고 보조비용 다 줄이면 된다. 우리는 300명도 많다고 하는 마당에, 누가 나서서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할 수 있을까?



정치인과 정치는 묶음 판매 안돼요.


우리는 정치와 정치인을 구별해야 한다. 혐오와 분노의 감정은 거두고 정치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정치인 다 나가!’는 아니다. 정치인만 아니면 참신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여론몰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신창이로 만들었고 안철수의 새정치란 허상을 가져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쇄신, 혁신의 이름만 나오면 다들 외부인사를 찾는데 혈안이 된다. 전직 대법원장, 전직 교수,의사, 가끔은 연예인도 등장한다. (네, 맞아요. 자유한국당 얘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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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유명인이라고, 인상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준비된 자가 해야 한다.


아무도 정치를 하려하지 않으니 자격미달인 사람들이 정치를 하려 하고 실제로도 정치인이 된다.

현재는 무직, ‘세명대 동아리연합회 회장’, ‘법무법인 오늘 사무주임’이 경력의 전부인 후보가 민주당 시의원이 되었다.


돈만 많은 스크루지 영감, 심심한 구직자, 아버지 지역을 대물림하고 싶은 도련님들이 정당에 공천 신청서를 낸다. 의원의 지인, 건너건너 아는 친척, 후원자의 가족이라는 혈연, 지연만 있으면 후보가 된다. 중앙, 지방 정책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의정 활동에 대한 열의, 지역사회 활동을 위한 봉사심은 찾아볼 수 없다. 공짜로 얻은 4년동안 이들은 패거리를 만들고 지역을 장악한다. 동네의 아스팔트가 아무 이유없이 뜯기고, 재개발을 위한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의협심과 애국심을 갖고 일했던 소수의 정치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떠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채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된다.



정치, 한 번 해보시지 않을래요?


1948년 제헌국회 이후 벌써 70년이다.

정치, 바꿀 때가 되었다.

혐오한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동안 국회는 우리들의 적의와 혐오를 즐기면서 벽을 더 높게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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