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센스

by 권도연

순간순간이 의전이다.


사회생활이란 게 겪어보니 모든 게 관계더라. 매일매일 부딪히는 상사와의 관계, 선배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오늘 말고는 볼 일 없는 외부인과의 관계도 매초 매분이 평가의 시간이고 인상의 시간이다. 타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과하지 않은 리액션만 잘 갖추어도 생활이 편해진다. 인간의 마음이란 게 굉장히 간사하고 예민해서 문제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비즈니스 매너, 큰 틀에서는 의전이라고 지칭되는 이것은 매번 헷갈리고 어렵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크리티컬 하다. 아무리 밤새서 보고서 쓰고, 피를 토하며 ppt 하고, 실적이란 걸 올려봐라. 의전 한 번 잘못하면 당신은 ‘몹쓸 것’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과잉 의전 천국, 헬조선이라고 욕하지는 마라. 쿨 내 진동하고 비즈니스 마인드 강한 서양 사람들이야말로 의전에 목숨을 건다. 그들에게 의전은 인격 존중의 제스처이자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영국 여왕의 길을 가로막아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트럼프


그렇다고 당신의 ‘님’을 위해 건물 전체의 엘리베이터를 통제한다거나 오가는 찻길을 막아서는 과잉 충성은 하지 말자.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기본만 하자. 기본도 안 해 놓고 인정받길 원하는 것만큼 도둑 심보는 없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계속되면 실력이다.




1. 님이 등장했습니다, 악수해야 합니다


-님이 먼저 청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악수의 권한은 당신에게 없습니다

-레이디 퍼스트입니다, 님이 아니더라도 여자께서 먼저 청하기 전에 손 내밀지 마세요

-기혼자 퍼스트입니다(가진 자 다 가지는 논리?)

-오른손에 물건 있으면 옮기고서라도 오른손으로 악수합니다, 왼손잡이 배려 없습니다

-악수하면서 머리 숙이지 마세요. 극 공손이 아니라 비매너입니다



2. 님 주섬주섬, 명함을 꺼내려하십니다


-서열 낮은 내가 먼저 굽신 건네도록 합니다

-줄 때는 님이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건넵니다

-웃지만 말고 회사명과 내 이름/직책을 소개하면서 건넵니다

-받으면 바로 주머니에 넣지 말고 쭉 훑어보는 시늉이라도 합니다

-어려운 한자가 적혀있으면 여쭤봅니다, 뭔 뜻?

-받자마자 앉아야 하는 자리이면 테이블 위에 받은 순서대로 올려놓습니다

※일어나면서 놓고 가다가 님이 챙겨주는 거 종종 봤습니다, 탈락입니다

-동시 교환할 때는 오른손으로 주고, 왼손으로 받습니다, 연습 필수입니다

-앞에 님이 있는데 명함에 낙서하지 마세요, 명함은 얼굴입니다

-방문객이 주인인 당신에게 다가오는 거라면 먼저 주지 마세요. 방문객이 먼저 주는 게 원칙입니다



3. 님 가십니다. 보폭을 맞춰 따라갑니다, 졸졸.


-님의 2-3보 뒤에서 따라갑니다. 단, 길이나 건물을 안내해야 할 경우에는 오른쪽 비스듬히 앞서 갑니다

-회전문 앞입니다. 대신 밀어주거나 하다가는 님과 함께 문 사이로 끼는 대참사 벌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가시도록 안내합니다

-회의실, 접견실에 도착했습니다, 문은 내가 엽니다

-계단 앞입니다. 올라갈 때는 님 뒤에서 따라갑니다, 내려올 때는 님 앞에서 먼저 내려갑니다

★님이 여자인 경우 반대입니다. 계단 올라갈 때 앞에서, 내려갈 때 뒤에서(치마를 입었든 안 입었든 상관없습니다)



4. 님 올라가셔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관문입니다.


-타는 건 님이 먼저 타도록 합니다, 내릴 때는 내가 먼저 내립니다

-님이 한 분이 아니라 님 1, 님 2, 님 3일 때는 내가 먼저 타고 문을 잡습니다, 다 타기 전에 문닫히면 당신은...

-엘베 안 상석(제일 높은 자리)은 들어가서 왼편 안쪽입니다

-꽉 막힌 공간, 분위기 어색하다고 말 막 던지지 마세요. 짧은 시간 애드립치다가 더 어색해집니다. '*층으로 모시겠습니다' 정도는 괜찮습니다



5. 님과 함께 멀리 가셔야 합니다. 자동차 관문입니다.


-문을 열어 님을 먼저 태웁니다. 내릴 때는 서둘러 내려 문을 열어 드립니다

-레이디 퍼스트입니다

-운전기사가 있는 경우와 님이 직접 운전하는 경우 완전히 다릅니다. 숙지해야 합니다. 상석 순서(아래 그림)

★결론은, 내리기 편한 곳이 상석입니다

https://blog.naver.com/atm7878/220282735659



6. 님과 함께 밥까지 먹어야 합니다. 고난도 관문입니다.


-님은 출입구에서 가장 먼 쪽으로 안내합니다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은 님에게 양보하세요

-반찬이라도 미리 주워 먹지 마세요(다 티 납디다)

-테이블이 네모일 때와 원형일 때 다릅니다, 숙지하셔야 합니다(아래 그림)

출처: 조선일보


-님께서 배려하셔서 회의실에서 차나 한잔 하자고 하면 외워둡니다

출처: 구글 검색 이미지


7. 님 모시고 파티장에 갑니다


-님이든 남이든 남자를 먼저 소개합니다

-님이든 남이든 어린 사람이거나 서열이 낮은 사람을 먼저 소개합니다

-님이든 남이든 혼자인 사람을 다수에게 먼저 소개합니다






의전만 잘해도 콩고물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다 외울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순간적 판단과 대처로 님께서 기분 안 나쁠 정도로 하시면 무난합니다. 그렇다고 대충하다가는 며칠동안을 이불킥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진심은 진심을 알아보더라구요.

직장인 여러분들, 특히 이 모든 걸 해내야만 하는 막내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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