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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의 퇴사를 부르는 팀장) 홍보팀 정수영 팀장 1편

by 권도연


� 인사고과(Human Resource Evaluation, HR Evaluation) 평가 내역


1. 프로젝트 기획 및 실행 능력 (Project Planning & Execution) ★★★★★ (5/5)

업계 트렌드를 빠르게 분석하고, 공격적인 홍보 전략을 기획하는 능력이 뛰어남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도적으로 이끌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함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중시하며, 성과 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함


2. 위기 대응 및 리스크 관리 (Advertising & PR Strategy Planning) ★★★★★ (5/5)

위기 상황에서도 빠른 결단력을 보이며, 돌발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강한 추진력을 보임.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저비용-고효율 전략을 강점으로 가짐

캠페인 종료 후 ROI(투자 대비 수익률), KPI(핵심 성과 지표)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 방안을 제시





#4. 홍보마케팅부 홍보팀, 오전


홍보팀은 골든 크러스트 베이커리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미디어 홍보, SNS 운영 등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제품의 출시부터 프로모션 기획, 고객 반응 분석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해서 빠른 피드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였다.


19층에 자리한 홍보팀 사무실은 아침부터 매우 분주해 보였다.


"오늘 기사 송출된 거 봤어? 제목이 너무 평범한데, 이거 우리 브랜드 이미지랑 안 맞잖아. 담당자한테 다시 요청해봐!"

"네."


정수영 팀장의 목소리였다. 벌써부터 아라의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홍보팀 최민수 대리가 다가와 SNS 게시물 업로드 결과를 보고했다.


"팀장님, 어제 인스타그램에 올린 신제품 게시물이 좋아요 3500개가 넘었어요. 댓글 반응도 좋고, 공유 수도 꽤 많습니다."


하지만 정수영 팀장의 얼굴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최 대리, 이미지 보정이 너무 과했어. 크루아상 질감이 너무 부드러워 보여서 식감이 안 살잖아. 그리고 해시태그 배열도 이상해. #바삭한 #고소한 이런 감성적인 키워드를 앞에 배치해야지, 왜 #베이커리브랜드 이런 걸 먼저 넣었어? 다시 정리해!"


최 대리가 뒤돌아서며 주변 팀원들을 향해 입모양을 냈다.


'미친*.'


그러자 등을 보이고 앉은 팀원들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큭큭 웃고 있는 것이었다.


(중략)


오전 11시에는 예정대로 홍보팀 주간 회의가 있었다. 홍보팀의 김유진 사원이 초조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 아라는 무심코 그 모습을 지켜봤다. 긴장한 듯한 신입의 뒷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보였다.

회의실 문이 닫히고 10분쯤 지났을까. 안에서 정수영 팀장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니,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하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순간, 사무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옆자리에서 일하던 다른 팀 직원들도 슬쩍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라 역시 모니터를 바라보는 척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이게 기획안이야? 이렇게 해서 우리가 소비자한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겠어? 솔직히 말해봐, 너 이거 대충 만든 거지? 하기 싫어서 막 쓰고 갈긴 거지?"

"아닙니다... 팀장님 지시대로 수정을 했고 관련 자료도 찾아서…"


김유진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말끝이 흐려진 걸 보니, 그녀는 이미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태였다. 하지만 정수영 팀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게 수정한 거면 원본은 얼마나 형편없었다는 거야? 난 너한테 기본적인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거네?"


아라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면서도 신경이 온통 회의실 문 쪽으로 향했다. 이미 홍보팀 사람들 몇 명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이 벌컥 열렸다. 김유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로 돌아왔다. 얼굴은 창백했고,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정 팀장의 가장 만만한 타깃은 늘 부서 막내라고 했다. 아라의 입사 동기였던 지은도 마찬가지였다. 지은이 기획안을 제출했는데, 정수영 팀장은 단점을 집요하게 꼬집으며 면박을 줬다고 했다.


그리고 몇 주 뒤, 지은은 조용히 자신의 주변을 정리했다. 설마 저 김유진 사원도 같은 길을 걷게 될까? 이걸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아라는 걱정스런 마음에 김 사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빠져나간 점심시간에도 정 팀장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오전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듯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정수영 팀장의 키보드 소리만 크게 울렸다. 이때 정 팀장의 전화가 울렸다.


"어우, 기자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요즘 우리 회사 관련 기사 많이 써주셔서 감사해요~."


가까운 기자인 듯했다.


"아~ 우리 신제품 라인업이요. 공식 발표는 아직인데, 내부적으로는 다 정리됐어요. 원래는 다음 달 초에 발표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윗선에서 계속 잡음이 있어서 일정이 좀 꼬일 수도 있어요."


저런 내부 얘기를 기자한테 한다고? 아라는 귀를 쫑긋 세우고는 정 팀장의 통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사실 개발팀이랑 마케팅팀이 완전 난리예요. 컨셉 가지고 계속 싸우고 있거든요. 내부에서 '이거 너무 올드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갈팡질팡하는 중인거죠. 근데 웃긴 건, 결정권자들이 다들 애매하게 굴면서 책임을 안 지려고 한대요. 덕분에 팀원들만 죽어나고요. 제품 출시 일정도 밀릴 거 같아요. 겉으로는 '일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계속 발표하고 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내부 분위기는 아니에요.
아, 그리고 또 하나 있는데… 우리 대표님이 외부에서 새로운 CMO(마케팅 총괄 임원)를 영입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요. 지금 있는 본부장들 이름만 본부장이지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잖아요? 이 사람들 다 잘라내고 마케팅에 힘을 빡 실어 주겠다는 거죠."


엥? 아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 팀장의 통화를 숨죽여 들었다. 대표의 영입 이야기는 인사팀장인 아라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혹시 본부장은 알고 있는 걸까? 자신이 그렇게 감싸던 홍보팀장이 외부인에게 자신의 뒷담화를 한다는 것을?


아라는 서둘러 대표 비서실에 있는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은 바로 확인이 되었다. 사실 무근.

정 팀장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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