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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Aug 13. 2018

국회는 대한민국을 닮아야 한다


출근 길, 택시를 타야하는 날은 고민한다.


‘그냥 여의도 00 근처에서 내려달라고 할까.’


국회를 도착지로 설정해 택시를 타는 것은 모험이다. 당사로 출근해야 하는 날은 웬만큼 급하지 않고서야 ‘자유한국당’으로 찍지 않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모든 것이 녹아내릴 법한 날씨다.

욕먹어 죽기 전에 떠죽을 더위다.


1초의 고민없이 택시를 불렀다.

도착지는

국회의사당.



역시나 기사님은 차 타자마자 백미러로 힐끔, 말할 타이밍을 잡으신다.


“국회서 뭐하십니까?”


이럴 때 가장 베스트 대답은 정해져 있다.


“전화받아요. 복사만 하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과 심도있는 정치 논평을 할만한 식견은 없다는 뜻을 이렇게 드러내면, 기사님은 아쉽다는 듯 더이상 말을 않으신다. 정말 가끔은 너가 그러거나 말거나 국회의원들 목을 매달아야 한다는 둥, 문통이 빨갱이라는 둥 일장 연설을 하시기도 한다. 그러면 난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는다.




 


극혐 VS. 빠


한국에서 정치인은 불신과 불통, 돈 먹는 하마 이미지와 연결되는 ‘사기꾼’에 가깝다. 택시에서 뿐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술자리, 심지어 카페에서도 정치는 늘 욕하면서 씹는 안줏거리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정치인을 사리사욕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로 보며, 73%가 정치인의 말을 믿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신뢰도도 34%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그보다도 낮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극혐’이란 감정과 정확히 반대되는, 속칭 ‘빠’감정도 공존한다는 데 있다. ‘우리 이니 마음대로 해’면 모든 게 설명되는 그룹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  김경수 도지사와 이재명 도지사의 지지자들을 뭉치는 힘 말이다. 이 ‘빠’들은 자신만의 ‘스타’가 등장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 꽃을 뿌리고 눈물을 흘린다. 님을 향한 이들의 맹목성은 온라인 기사 댓글에서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다. 무서울 정도다. 감히 그 님을 의심하거나 비판해서는 안된다. 님은 절대적인 무오류, 무결점의 존재이다. 당신이 만약 아주 대단하고도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투쟁의 전면에 섰더라도 무너질 가능성 100%다. 그들이 쏘아붙이는 (논지와 전혀 관련없는) 신상털림과 인신 공격에는 멘탈 갑인 그 누구도 이겨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이롭다.


오슬로 대학의 박노자 교수는 절충점 없이 양극단의 감정만 남아 꿈틀대는 대한민국 정치 현상을 두고 정치 구성 자체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정치가 국민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만한 사람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엘리트들이 밑으로부터의 지지를 동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에 공감하기 보다 혐오와 불신의 감정만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당에서 공천을 받는 사람들은 학벌이든, 재력이든, 유명세든 어느 부분에 있어 넘사벽 이력을 자랑한다. 선거란 것은 결국 얼마나 흥행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라을 위해 한 몸 희생하겠다는 마음만 충만한 ‘평범한’ 흔남, 흔녀들이 선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이한 경력이 없는 것 같아도 알고보면 그(녀)의 뒤엔 누군가의 빽이 있곤 했다.) 그리고 모험을 하기 싫은 지도부는 어느 부분에서든 과락을 하지 않는, 무난하고 그럴듯한 사람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다 해봐도 결국은


40-50대의

명문대 출신의

중산층 이상의

남성.


이 선택되어 진다.

그리고 이들이 뱃지를 단다.



모두가 스카이 출신이고


출처:더팩트


모두가 금수저이며


출처: 경향신문


#반면 우리나라 국민의 가구당 평균 재산은 3억6천만원이다(빚을 뺀 순자산만). 즉, 국회의원은 국민들보다 평균적으로 약 11배나 더 부자인 셈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인다.



남자이거나 나이 많은 사람들이다.


 # 20대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스웨덴 여성의원 비율은 43.6%, 노르웨이는 39.6%, 독일 36.5%). 그리고 의원 300명 중 20~30대는 겨우 3명뿐이다.








43살의 캐나다 총리의 취임 첫날, 발표된 새 내각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30명의 장관 중 15명이 여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과 시크교도, 장애인, 게이, 원주민, 우주비행사와 버스운전사 출신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기자가 물었다. 왜 이렇게 했냐고.

총리의 대답은 이랬다.


“지금은 2015년도니까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와 닮은 내각을

 소개하게 돼 기쁩니다.”





2018년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 지 답은 이미 나왔다.


대한민국을 닮은 국회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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