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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Aug 23. 2018

사내정치


실력없는 사람들이 입으로 하는
얄팍한 꼼수나 아부

야심이 가득찬 사람들이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하는 파워게임



나에게 사내정치는 그랬다.


그래서 늘 무대에 오르기보다 한 발 물러서 관조하며 세상 쿨하고 멋진 척 자위했다. 그랬더니 결과는끔찍했다. 일부러 만든 고립과 회피는 진심으로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또는 내가 지키고 싶어했던 그 무엇을 잃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었다.



결국, 정치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돈을 벌고, 경쟁을 해야하는 직장은 냉정한 곳이었다. 나의 사실이, 모든 이에게까지 진실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세상은, 사람은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보고싶은 대로 믿고 인식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하면 누군가를 비난하기 좋아한다는 평판이 따랐다. 자기 사람 만들기에만 혈안이 된 사람에게 누군가는 팀워크에 능한, 리더십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오만하게만 여겨지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같은 것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런 애매모호함이 정치를 만들고 필요로 하게 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사내정치



정치는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나를 보호하고 나의 이익을 얻어내고 싶다면 나의 주장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을 관철시킬만한 권력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조직 내 다양한 권력들의 힘겨루기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적당히 사용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숙지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불리하도록 권력을 사용할때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적당한 당당함과 적당한 유연함이다. 이 ‘적당함’의 정도를 가장 빨리 습득하는 방법은 자신만의 멘토를 찾는 것이다. 멘토는 보고 배울만한 긍정적인 사람 혹은 무엇, 혹은 하지 말아야 할 타산지석의 견본과 같은 사람 혹은 무엇, 둘 다 해당된다. 보고 맞춰 따라하거나 보고 그대로만 안하면 되니까. 정답은 곁에,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뭐든지 좋다는 허허실실, 뭐든지 싫다는 삐죽빼죽의 캐릭터로는 조직 내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능수능란한  ‘소신에 의한 변신’이 가장 기본적인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필요할 때는 혼자지만

필요하다면 어울려야 한다.


개인주의라는 트렌드에 기대  ‘내성적이기 때문에, 내가 더 소중하기 때문에’ 류의 변명으로 주류에서 이탈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다고  누구의 사람, 어떤 라인 등 자신을 쉽고도 단정적으로 규정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0점에 가까운 처세이다.



“정치를 해보니
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아군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착하지 않다” -하륜-

 


실록은 태종 이방원을 왕으로 만든 하륜에 대해 ‘책략가면서 언행은 신중했던 인물’로 묘사했다. 그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군도 없는 전쟁터 같은 정치세계를 일찌감치 파악해 실력있는 왕의 참모로 인정받았다.  





정치, 당연히 어렵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다. 학생 때야 시키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도 용서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이익에 대한 이해관계가 필요하지 않은 관계만 있으니까. 하지만 회사라는 쳇바퀴같은 거대 조직에 들어 온 이상, 내 몫은 챙기지 않으면 빼앗기게되어있다. 아무도 가만히 있는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 아니,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맞다. 권력게임은 어디에나 있다. 어느 나라든 어느 문화든 공식적인 자리든 비공식적인 상황이든 상사와의 관계든, 연인의 관계에서도 정치는 늘 있어왔다.



‘견딜만한 직장 생활’을 소망한다면 주변부터 정리하자. 나를 규정하고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는 뜻이다. 힘이 모이는 곳과 사람이 모이는 곳, 나의 희소성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가능한 곳과 사람들. 있다면 천천히 스며들어라. 애쓰지말고 차근차근. 그리고 자만하거나 예단하지 마라. 나만 아는 것이란 건 없다. 세상과 타인은 생각보다 잔인하기도 의외로 허술하기도 하니까.



그러니 정치하자.

정치해서 나를 보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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