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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Aug 30. 2018

뭐를 좀 멕여주세요

문 정부의 경제 정책들을 관통하는 결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느낌이다.


어쨌거나 정의롭게

그럴듯하게 환상적으로

아니면? 아몰랑




그 때도 그랬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근로자가 2년을 채우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기업들을 압박했다. 그 바람에 기업들은 고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편법을 썼고, ‘양질의 일자리 = 정규직’이라는 정부의 편협한 시각 덕분에 노동 시장은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다시 검증되지 않은 설익은 정부 정책들이 날이 갈수록 그 정도를 더 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셀러 몇 권을 찍는 기술로 끝났어야 할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맹신은 혀를 내두게 한다. 물론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주장은 정의로워 보이긴 했다.


하지만 결과는?

지난 1분기 소득 증가는 상위 계층에만 집중됐다. 이 때문에 소득 격차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모두가 빚더미에 앉아서

혹은 앉고자 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무섭기까지하다.


전 국민이 빚을 내 집을 사고, 전세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2분기 가계부채는 1천493조 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다시 설익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대출을 막았다가 오늘은 또 갑자기 무주택은 소득에 관계없이 전세대출을 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불로 소득은 나쁜 거라며 재건축도 금지시키더니 로또 아파트 청약에는 불을 지폈다. 그러니 애꿎은 서민들만 갈팡질팡 불안하기만 하다.


곳곳에 폐업 간판이 붙고, 못살겠다는 서민들이 아우성인데 청와대만 고고하다. 정책 책임자들은 그럴 리가 없다거나 귀를 막고서 정치적 레토릭만 구사하고 있다. 고집 부려 혼자 망하면 상관없지만 그 여파는 5000만 국민에게 미치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2014년 저서


문 대통령은 MB정부나 박 정부에 없었던(그때는 국정기획 수석이 있었음) 정책실장을 부활시키면서 그 자리에 장하성 고대 교수를 앉혔다. 그리고 그 밑에 일자리수석과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 정책기획비서관, 통상비서관을 배치했다. 정책실장이라는 자리가 여럿의 차관급을 거느린 대단한 장관급의 자리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 바람에 그는 자신이설파해 온 정책 실험을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마음껏 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었다. 곳곳에서 멈추라고, 이러다가 다 망가지겠다고 아우성인데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한 나라의 경제가 상아탑에서나 격렬하게 논의되어야 할 경영학 교수의 이론으로 혼돈 속에 빠져들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DJ는 40년 전, 이렇게 얘기했다.
 

이상에만 집착하면 공허해지고 현실적으로 좌절할 가능성이 많다. 반면에 현실에만 집착하면 이상은 힘을 잃고 인생을 값없이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반드시 조화롭게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조화롭게 살려나갈 때 우리는 이상의 돛을 달고 현실의 뒷바람을 받으면서 성공하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김대중, 한신대학교 개교 65주년 초청강연, “한반도평화와 민족의 미래”, 2004.5.12.)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말을 정치의 방향이자 지침으로 삼았다.


고고하고 정의롭기를 자처하는 문 정부의 투사들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그래야 국민이 산다. 국민은 책이 아니라 밥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걸 그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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