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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Dec 16. 2018

평화란 무엇인가

세상을 읽고 마음을 그리다 (2)


평화는 천국의 원시 상태도 아니고 합의에 의해서 질서 지어진 공동생활의 한 형태도 아니다. 평화는 우리들이 익히 아는 것이 아니므로, 다만 탐구하고 예감하고 있을 따름이다. -헤르만 헤세-



기원전 1500년전부터 서기 1860년까지 영구적인 평화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평화조약이 약 8천 건이나 체결됐으나 그 효력이 지속되기는 평균 2년 정도에 불과했다. -에리히 프롬, 건전한 사회-



평화의 비결은 행복을 기대하지 않는 데 있다.

- A. 크라이더, 지붕 밑의 무리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가 시작되었다. 지난 12일에는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GP(감시초소)에 대한 상호검증이 실시됐다.


  북한이 합의를 실천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이 군축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하는 의문과 불안이 생긴다.


  한민족인 남북이 대치 상황을 종식하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자비심에 기대 우리 군을 무력화시키는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다.

  가정하고 싶진 않지만 북한과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 1·21 청와대 습격 사건, KAL기 폭파, 울진 공비 사건 등 분단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아직 우리는 북한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




  

  아라비아반도 남단에 위치한 예맨. 이 곳은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면서 우리처럼 남북이 나뉘어 대립해 왔다. 그러다가 1990년, 30여년 만에 전세계에 합의 통일을 선포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것은 평화가 아니라 무력 대결과 내전이었다. 남북은 권력 배분 방식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하다가 웃으며 맞잡았던 손에 침을 뱉었다. 결국 그들끼리의 싸움은 주변국들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까지 확대됐다.

  안보 현실을 망각한 평화는 자멸이다. 전쟁을 준비하지 않고 평화를 말하는 것은 자기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평화란 것은 전쟁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머릿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 전쟁이 끝난 직후, 또는 아직 전쟁이 시작 안된 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민족’을 프리패스 삼아 먼저 양보하고 손을 내밀고 고개를 숙이기 전에 보다 냉정하고 엄격하게 처지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라는 로마인 베제티우스의 명언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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