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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Dec 14. 2018

겨울의 벚꽃길

세상을 읽고 마음을 그리다 (1)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 끝까지 닿아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여

거닐기에 좋아라.


-유치환,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그 봄날 빛났던 길이

앙상하고 차갑게 식어버린 지금까지


누군가는 차근차근 무언가를 이루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금조금씩 걸어 나갔을

것이었다.


내 시간을 둘러보니

나는 그저 봄을 맞이했고

또 그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나간 과거는 늘 아쉬웠고

겪어보지 않은 미래는

언제나 두려웠다.


후회하다가 또다시

과거가 될 지금이 그저

흘러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붙잡아

설레하고 꿈꾸어야 한다.


아주 작은 것부터.


물 많이 마시기

플라스틱 쓰지 않기

시 한 편씩 읽기

만보 이상 걷기 등등


황홀한 미래는

초라한 지금을 성실로 이겨낼 때

다가오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벚꽃 피는 봄 날도

결국. 겨울을 이겨내야 오는 것처럼.


내년 겨울의 내가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좋았다’고 자신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괜찮게.

시간시간 부지런히 살아내가기로.



의미는 주인공인 내가. 나만이.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다면

그 무엇이든 옳은 것이다.





십이월의 밤.

여의도의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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