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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May 02. 2019

센스 vs. 논리

국회는 지금

4월 22일 시작되었던 갈등과 대치가 장기전에 돌입했다. 매 순간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 순간의 판단이 선택이 전체를 흔들고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답답했다. 스포트라이트에 섰다는 이유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돌변한 것은 억울한 일이었다. 역시. 우리는 ‘야’가 익숙지 않았고 저들은 ‘여’가 익숙지 않았다.



아침 출근길이었다. 현수막 전쟁이었다. 관심 있는 사람만 아는 은근한 신경전이었다.

결과는 완전 패. 상대의 언어를 끌어다 쓰지 말라던 레이코프의 이론대로라면 우리는 실격이었다. 그들은 하루 간격 차이로 현수막을 바꿨다. 영민한 대응이었다.

그들의 센스는. 언제나 앞서간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여당 때도 그랬다. 논리가 먼저였다. 이게 뭐예요? 묻는 사람에게 자, 앉아봐. 이걸 알려면 농경 사회로 거슬러 올라가... 주저리주저리주저리. 해야 했다. 아니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들이었다.

반면 이웃집은 아니었다. 응, 그건 아주 쉬워. 먹는 거야  맛있지? 또 먹어. 자꾸 먹어. 몸에 좋은 거야  암 좋은 거지. 이런다. 그럼 사람들은 우리가 몇 시간이고 떠들어 댄 그것의 기원부터 복잡한 재배법과 영양소 등의 고급 정보들을 하얗게 날려버린다. 이 바닥에서 어렵고 복잡한 건 좋은 게 아니라 틀린 거다.

그러니 결과는?

손이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이끄는 자가 최고다. 어차피 사람들은 혀에 남은 맛을 기억할 뿐 허공에 떠도는 말 따윈 고이 접어 나빌래라.


공수처 문제도 다르지 않았다.

특위에 올라간 법안들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현직 군 장성들을 조사한다. 퇴직자도 턴다. 누구의 마음에 들면, 안 들면 이라는 이유로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거다.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칼날이 검증되지도 않은 집단에게 쥐어졌을 때 뒷감당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만드는 건 쉬워도 없애는 건 어려운 법. 나중에서야 나몰랑하면 되는건가.


공수처장의 출신도 문제다. 임명권자가 있으니 네 편이든 내편이든 편이 생길 것이다. 이미 대법원, 헌법재판소는 편이 갈렸다. 다수와 소수의 싸움이다. 같은 사상과 이론과 믿음을 공유하는 민변과 우리 법 연구회, 국제 인권법 연구회 출신들이 어디에든 포진해있다. 공수처라고 예외일리 없었다. 이름만 쾌걸 조로, 본심은 악독한 사또가 등장할 수 있는 만화같은 배경을 왜 국가가 앞장서 만들려하는가.



 구속됐다가 최근에서야 무죄 선고를 받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후배 장성들에게 띄운 전역사는 너무도 절절했다.  군복을 더럽히지 않겠다며 민간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겠다는 그에게 정부는 기어이 군복을 입혔다. 명예에 살고 수치심에 죽는다는 육군대장을 포승줄에 묶어 망신을 주려는 의도가, 그 영악함이 너무도 잔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못한다. 설마했다가

사람을 잡았다.


“니들이 찔려서 그러지?”하는 그들의 논리는 모두에게 먹힌다. “니들이 불리하니까 반대하는 거잖아.” 하는 그들의 말은 너무도 쉽다. 그들의 센스다. 그들의 언어다.

공수처엔 의원들은 원래 포함이 안되는데? 선거제는 니들도 불리할 텐데..... 그래서 결국 본회의에 가선 반대할 거잖아..... 요..(작아짐...)라고

못한다.


우리는 해설하려 하고

저들은 정답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 안 해도 알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해 라고 안 해도 알겠지 하면서.

하지만 안 하면 모른다.

웃으며 사랑해, 울면서 사랑해, 풍선을 날리며 사랑해, 하늘의 별을 따다 줄 것처럼 사랑한다고 해야 안다.


에이 뭘. 그런 걸 해.

하다가 사랑을 놓친다. 그러니 혼자다. 언제나 혼자다. 고고한 척하다가 고고하게 죽고 말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한 싸움이 될 것 같다.

외로운 싸움일 것 같다.




 "정치가들이 평화를 외칠 때 오히려 전쟁의 그림자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상대편 선의를 믿더라도 군사 지도자들은 선의나 설마를 믿지 말라"



박 대장의 마지막 당부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우리도

우리의 말도

마침표 없이 흐르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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