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스 Jun 28. 2019

강약약강형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

남을 안다는 것은
나를 보호하는 것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형★


명예욕과 권력욕, 이 두 가지가 원동력이다. 나는 성공하고 싶다.


앗, 권력자다! 대단한데? 뭔가 있어 보여! 그(녀)를 가까이해야 한다. 하고 싶다. 그(녀)가 오늘 저녁 회식 자리에 온단다. 어떻게 하면 눈에 튈 수 있을까. 알고 보니 그(녀)는 나의 동문이다. 신난다. 말이라도 섞을 수 있겠다.


잘 봐주세요.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충성 충성 충성. 그(녀) 앞에서라면 자존심 따위는 개나 주라지.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구부리며 시도 때도 없이 yes.yes.yes. 부장이 노려보지만 뭐 어때. 그(녀)가 더 힘이 센데.


선배님. 형님. 누님. 나에겐 사장님이 아니라 형(누)님입니다요. 잘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돌아오는 길 개인 카톡을 보냈다.


(너 따위는 모르겠지만) 그 형(누)님이 말이야 사실은. (나만 아는 정보지) 나? 완전 친해. 나한테 다 물어봐. 하고 싶은 말 있어? 전해줄게. 후배한테 허세를 떨어봤다. 나 건드리지마. 나 이래봬도 너 따위랑은 노는 물이 달라!


어제 너무 많이 달린 듯. 주는대로 다 받아 마셨다. 나는 원래 술이 받지 않는 체질이다. 하지만 잘 먹는 척했다. 성공해야 하니까. 그들하고 어울려야 하니까.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강약약강형의 인상.


거울을 본다. 만족스럽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가끔 잘생겼다는 소리도 듣는다구!


깔끔하고 깨끗한 것이 좋다. 땀냄새는 이미지 관리의 치명타. 존바바토스는 매일. 비싼 조말론은 중요한 날. 아침마다 촤촤. 향수란 자고로 고급스러워야지.


매일 매시간 눈동자가 가장 바쁘다. 저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누가 뭐라 그랬어? 나만 모르는 건 참을 수 없어. 하지만 호들갑 떨진 않지. 난 (모르지만) 다 알고 있어. 나한테 물어봐.


시선이 음흉하다고? 그저 쳐다본 것뿐이야. 예쁘지도 않은 게 어디서 감히!


오빠가 말이야. 오빠는 있지.


어느 날은 기분이 날아갈 듯 좋고, 또 어느 날은 죽을 맛이다. 아~오늘따라 술 한 잔 하고 싶다. 옛날 여친은 뭐하시나.


 ”아, 예. 안녕하세요? 네네.” 대외적인 전화일수록 최대한 상냥하게. 사무실 사람들이 다 듣고 있다. 아마 속으로 내 친절함에 감동받고 있을걸. 내 목소리 내가 생각해도 너무 좋아.


멍청한 상사. 어휴 답답해. 도대체 저 머리는 왜 달고 다니는 거지? 얼마 안 있으면 좌천되거나 잘릴 건데 잘해줄 필요 있나? 대들어볼까? 어라 한 마디 했더니 당황하네. 부들부들하네! 부장보다 능력있다고 사람들이 날 우러러보겠지? 차라리 날 승진시켜 달라긔. 아이 씐나.


돈 좀 벌고 싶다. 저 놈처럼 비싼 것도 턱턱 사보고 싶어. 하지만 난 흙수저. 아버지는 바빴고 어머니는 늘 아팠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지워버리고 싶어. 바꿀 수만 있다면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건 부모야.


비열함. 허세. 삐딱함. 건방짐


인간관계의 기본은 지배와 예속이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무조건 위를 봐야한다. 방해가 되는 (객관적인 서열이 아닌 주관적 기준) 아래는 무시하고 눌러줘야 한다. 그래야 내가 튄다. 그래야 내가 성공한다.







★대응법★

이들은 대체로 잔머리가 좋다. 처세술에 능하니 성공 가능성은 높으나, 그만큼 적이 많다. 강약약강형의 동력은 권력이다. 움직이고 싶으면 권력을 이용하라. 내가 가진 권력이 없으면 남의 권력을 이용하면 된다. 그가 생각하는 '강'자를 찾는 것이 먼저다. 가능하다면 '강'보다 '더 센 강'을 찾아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감정적 대응은 금물. 잘못을 지적하고 싶으면 최대한 논리적으로. 목소리부터 떨리는 사람이라면 일대일 대면을 최대한 자제해라. 그는 너의 약점을 발견한 순간 언제든 이용할 것이다.


가급적 가까이 하지 마라. 그는 너가 약할 때 가장 먼저 배신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 지나가는 거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