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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Oct 16. 2019

나는 보수(保守)입니다

  아직 보수(補修) 중이기도 합니다.

네가 거기에 취업됐다고 했을 때

왜 하필 거기냐는 내 말에 네가 그랬지.

저쪽이나 이쪽이나 다 같다고. 

"돈 많은 사람은 나쁜 사람!" 

"돈이 전부인 세상은 더러운 시궁창."

라고 말하는 집단이 알고보면 더 나쁘다고.

대놓고 "난 돈이 좋아. 부러우면 너도 돈 벌어."

 하는 집단이 차라리 더 솔직하고 깨끗하다고.

그땐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역겨워서 못 봐주겠다.



친구에게서  카톡이었다.

 단지 내가 자유 한국당(당시 한나라당)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던 녀석이었다.


10여 년만에 잃었던 옛 친구를

오늘 저녁 만나기로 했다.


인사한 적 한 번 없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나의 인생에

잃었던 친구를 다시 찾아주었다!








 살짝 커밍아웃을 하자면 난 노빠였다.

그가 대통령이 되던 날, 나는 한 방송국에서 개표 방송 입력 알바를 하고 있었다. 자정이 훌쩍 넘어 연장 운행하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풍경을 생생히 기억한다.  

길바닥에 흩어져있던 노란 종이와 빈 돼지저금통, 폭죽 리본들. 그리고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인 마냥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던 사람들.



"이제 세상은 바뀔 거야."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바닥에 허리를 숙여 노란 리본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기념하고 싶었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축하하고 축복하고 싶은 특별한 날이었다.....



17년이 지났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늙었다.

그리고 알아갔다.


사랑과 배신,

성공과 실패,

차악과 차선,

선택과 배제,

하얀 거짓말과 나쁜 진실.



옳다고 생각한 것이 틀릴 때가 많았고

상식은 자주 바뀌었으며

말 한마디보다 돈 한 푼이 더 크고 강력했다.



착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경쟁하고 공평하게 혜택을 누리며 공평하게 행복한 세상?



세상은 당위성(to be)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청년 어쩌고 희망 어쩌고 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반복되는 말들.

말줄임표와 페이드 아웃 등의 효과로

'감동적이지? 멋있지?'를 강요하는

레토릭의 감성팔이들.



한 꺼풀 벗겨내면

바깥에 한 발짝만 나가보면 널려있는 게 진실이었다.

몰랐다면 게으른 스스로를 탓할 일이었다.

남 탓하고 비난하고 악플 달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나를 바꿔야

내가 살고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과 욕심이 있는 동물에 가깝다.  

삶에서의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승자도 패자도 결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낼 수 있는 건. 인생이란 것에 우연한 기회, 우연한 혜택이 정말 예상치 않은 곳에 예상치 않았던 순간에 다가온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노빠를 버렸다. 유시민. 김제동. 김어준. 주진우. 문재인 대통령까지.


무조건적으로 무엇 무엇해야 한다는 이상과 당위, 도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사회 탓, 제도 탓하는 소위 진보(좌파)의 논리가 무척이나 환멸 났다.


종국에는 그들이 말하는 가치나 상식이라는 것이 애초에 있기나 한 것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공산주의가 한 때 청년들에게 흥했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공정한 파라다이스?


없다.

인간사 파라다이스는

각자의 마음에 있을 뿐이다.

 






내가 정치권에서 들어와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믿음 중의 하나는. 아니 확신이 되어버린 것 중 하나는.


이곳 여의도에서 정치인들이 말하는 정의란 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정의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

이익에 충실할 뿐이다.



착한 집단? 정의로운 집단?

없다.


모두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그것이 정의다.

나를 위한 것이 정의고 정답이다.


그래서 나는 "나 이번에 누굴 찍을지 고민이야. " 하는 사람들에게 늘 말한다.

너의 이익, 너를 배부르게 하고 너에게 걸림돌이 되지않는 정당을 찍으라고.


조금만 들여다보면 답은 나온다.

패널이라고 입바른 소리 하는 비전문가들의 수다를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한 번이라도 의심하고 되물어 나만의 주관을 세울 일이다.

그것도 귀찮으면 정치 비난하지 마라.

아까운 인생을 평생 불평러, 루저로 사는 지름길이다.

 





보수.

진보.


이념은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권력자들이 만들어 낸  말장난이다.


나는 보수주의자인가요

진보주의자인가요


자신의 이익을 따라가면 보인다.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왠지 있어 보이는 것을 선택한다면 후에는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있어보는 그것은 실체가 아니라 허세이다.

가짜에 인생을 걸고 나라를 맡기는 건 죄악이다.

나의 주머니 사정,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찾아라. 메일도 보내고 후원도 하고 전화도 걸고 문자 폭탄도 날려라.

그게 정치다.

그 사람이 나의 정치성향이다.





그래서 나는 보수다.

나는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싶고, 돈도 벌고 싶고, 대박도 나고 싶으니까.


나의 신조


보수가 좋다.

인간의 역사는 늘

순리대로 가는 것

인간의 욕망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둘 때

평화로웠고 풍요로웠으니까.



잘 살고 싶다.

그래서 보수(保守)할 거다 앞으로도.

열심히 보수(補修)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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