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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Dec 09. 2019

있어 보이려고 쓰는 조사 - '적'

이걸 글이라고 썼습니다(2)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반복해서 쓰는 단어들이 있다. 퇴고할 짬이 되면 가감 없이 삭제 커서를 누르지만 그마저도 안 되는 급한 논평일 때는 어김없이 쓰게 되는 

마성의 조사.


''


 근데 이 문제는 나만 겪고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조국 전 장관이 난도질해놓은 자리에 임명되신

추미애 예비 법무부 장관도 말속에

마구마구 '적'을 집어넣는 걸 보니.




역시 민주당도 다르진 않았다.

국민적적적적적적


국민'의' 것이면 것인 거지 왜 국민적이라는 것인가.



근데 그 마음을,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아이러니다.

정치'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 간의 동병상련이랄까 무튼.



국민'적' 요구여야

왠지 대의민주주의에 충실한 것 같고

국민'적' 비난이어야

왠지 상대를 더 강하게 비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놈의 느낌이란 것 때문에 여의도에서 쓰는 글 

매번, 매 순간 '적'의 유혹에서 허우적댄다.


그러나 글쟁이들은 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편안함을 추구하다 보면 나쁜 버릇은 반복되고, 글의 발전 또한 없다는 사실을. 그걸 알면서도 정확과 간결보다 속도가 중요한 업무 특성상 퇴고는 언감생심. 키보드가 나아가는 대로 입으로 내뱉는 대로 그대로. 쓴다. 계속.


 그러니 정치 뉴스는 어렵고 정치인의 말은 더 어렵고.

그걸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여의도 글이라면 당연히 어렵다.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이 만들어  

잘못된 문장들이 어쩌다

'어려운 정치적 용어'로 해석되고 이미지화된 건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바뀐다.





국민이란 말 좀 아껴 써야겠다.  

국민적 요구, 국민적 비판, 국민적 지탄, 국민적 지지



국민을 외치는 것만큼 진짜 우리는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생각하고 있나.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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