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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Dec 10. 2019

(관)운 좋은 사람들의 처신


(녀)에게는 적이 없었다.

(있어도 드러내지 못했으리라. 그와 척지는 건 자살 행위란 걸 권력 탐욕자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생긴 적이라면 확실히 선을 긋더라.

너는 너, 나는 나. 

그러니 노상관. 노터치.


반대로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되면 물질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성의를 보이고, 속내를 드러내며, 귓속말을 나눈다.

관계는 돈독해지고, 오랫동안 쌓인 정은 신뢰로 변하며 의리로 변한다.


 

(녀) 자신이 잘났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그래서 남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매우 정확히, 디테일하게  안다.

잘난 부분을 꾸준히 발굴하고 가꾸며

동시에 못난 부분은 잘 감추고 포장한다.

대신 자랑은 안 함.

누가 칭찬이라도 할라치면(외모가 훌륭하십니다 하는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칭찬이라도),

가장 먼저 드러내는 건  멋쩍어하는, 민망한 표정이다.


아, 별거 아니에요.

무슨 말씀을, 그쪽(상대)이 더 훌륭하신데.


동네에서 소문난 천재였고,

학교에서 빨날린 수재였으니

스스로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마는 결코 고개를 함부로 들지 않는다. 질투와 경쟁이 들끓는 이전투구의 현장에서 아주 단순한 감정 하나에 흔들리는 건 그것이 누군가에게 약점이자 공격 포인트가 될 걸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과 비교해가며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세심함이 배려심이다.

영민한 생존전략이다.

말조심, 행동거지 조심. 늘 조심이다.



(녀)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좋아하는 말은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받은 것, 시킨 것 없어도 무조건. 감사합니다.

듣는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같이 고개를 숙인다.

저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어색함의 기운, 낯섦 모두 사라진다.



관운이 좋은 사람들을 본다.

수 백의 사람 중에 유독 빛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은 독특한 향기를 지녔다.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다.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기운이다.

절대 오버하지 않고,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 기회를 살피는 차분함과 인내력.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그간 모아두었던 에너지를 몽땅 끄집어내 쏟아붓는 열정과 잠재력.


"그(녀)는 참 운이 좋아."


누구든 그(녀)에 대해 쉽게 하는 소리다.

그건 그(녀)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녀)의 운은 우연히 찾아온 것이 아니다.

내가 보아 온 그(녀)는, 그랬다.

(녀)가 누린 기회는

(녀)가 움켜쥔 것이다.

누가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녀)였기에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녀)라면 충분히 받을 만한 것이었다.


그러니 한숨 쉬고 신세 한 탄할 시간에 열심히 노력할 일이다.

그처럼, 그녀처럼.

그럼 언젠가 내 인생도 그들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큼, 이만큼 자라나 있겠지.

행운도 언젠간 내 옆을 지나갈 거고.

내가 바라는 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알아보는 것.

그것이 운이라면 운일 것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

              

한 선비가 자신보다 변변치 못한 자들은 버젓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늙도록 급제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하자 옥황상제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 내기를 시키고, 만약 정의의 신이 술을 많이 마시면 선비가 옳은 것이고, 운명의 신이 많이 마시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선비가 체념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내기 결과 정의의 신은 석 잔밖에 마시지 못하고,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이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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