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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스 Dec 11. 2019

내가 따러 가는 것이 달이었던가.

그래도 108명짜리 몫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것도 512조 짜리 국민 세금을 다루는 문제였다.

철저히 소외된,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벌어진

사상초유의 일이었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겁니까.


밤새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기자의 물음에도 지도부는 입을 닫았다.


몰랐다면 무능일 것이다.

알고서도 막지 못했다면 죄악인 거다. 

19년 12월 10일 자정,

 그 찰나에 몇 백만 국민의 살림살이가 달려있었다.


전략 부재, 대안 부재.


이 상태로는 공수처법, 선거법 모두

우리에게 유리한 패가 아닐 공산이 크다.



몇 달 전에 들은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자한당은 아니잖아?"


조국 사태가 터지고, 북한에 뒤통수를 맞고, 트럼프가 우릴 도발하는 사이. 민주당에서는 이 문장으로 여론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너희들이 토착 왜구, 독재 후예, 성누리당 자유한국당을 찍을 순 없지 않겠니.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집값 폭등, 세금 폭탄, 입시 비리 줄줄이 하소연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그럼 자한당을 찍으시게요?"


적이 만든 프레임.

우리 스스로가 옭아 맨 프레임.


기회는 충분했으나

기어이 찾아낸 것이 오답이다.  

2017년. 그 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우린 왜 또 도돌이표인가.



 D-127


정당 직원이자 일개 월급쟁이인 우리의 생계가 걸린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 절절하고.

손 발은 나아가질 않는다.



나는 그저  

잘 익은 감 하나 따 먹고 싶었던 것뿐인데.


깨보니 암흑이다.

나무에 걸린 감이 아니라 하늘에 걸린 달이다.


나의 노력과, 청춘을 바친 시간들이

달을 따겠다는 미련한 몸부림이었을 뿐이었나.




별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일은 많아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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