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라는 말이 싫었다. 그렇다고 영혼을 갈아 넣어 충성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속한 조직이었다. 오징어처럼 씹히고 비하되니 나까지 비참해지는 느낌이었다.
꽉 채워졌던 시간이 텅 비어버렸다.
하루 종일 헛헛함이 계속됐다.
무언갈 해야만 해.
하지 않으면 그간 채움 없이 파내려 갔던 블랙홀 같았던 가슴 한 구석이 그대로, 비어버린 채로 살아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게으르고 싶었지만 늘어지고 싶진 않은
바쁘지만 바쁘진 않고 싶은 아이러니한 마음이 계속됐다.
시작은 어려웠다.
시간은 많아졌는데 할 일은 더 늘었다. 시간을 좀먹는, 바퀴벌레 같은 일상이의미 없이 반복됐다.
핸드폰만 있으면 24시간은 24초 같았다.
누구의 안부를 물어야 했고, 수다도 떨어야 했고, 갑자기 사야 할 것이 생각나 쇼핑도 했다. 남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었다. 누구와 누가 연애를 한다더라, 누구의 폰이 털렸다더라 등 포털 사이트에 뜬 연예인의 소식, 드라마 얘기에 푹 빠졌더니 어느덧 점심이고 퇴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