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호호호 깔깔깔 웃으며 시작하는 하루
하루는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강의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프랑스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많이 "깔깔깔" 웃는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참 많이 깔깔깔 웃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일이 수업공개이다. 늘 하는 수업이지만 학부모, 동료교사 앞에서 수업을 보여주는 일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올해 우리 학교는 연구학교라 학부모, 관내, 관외 선생님들까지 초청해서 어울림 수업 축제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공개하기로 했다.
선생님들은 그 부담스러운 공개수업을 준비하면서 어쩜 이리도 많이 웃을까 싶을 만큼 깔깔깔 웃었다. 손님을 초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도 많다는 것이다. 그 많은 일을 하면서 힘들지도 않은지 척척 해내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지켜보는 나로서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슬쩍 교무실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이것저것 참견하면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재미있다.
작년 교직원 이름표를 꺼내놓고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하더니 금방 말을 바꿔 얼마 전에 교사 동아리 연수로 배운 캘리그래피 솜씨를 발휘해 보잔다. 누가 더 잘 쓰는지 몇 명이 도전해보더니 하나둘 빠지고 지혜 선생님이 실력을 발휘했다. 손글씨로 쓴 정감 어린 이름표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별명을 짓기 시작하더니 배꼽을 빼고 웃는다.
보건 선생님은 "따뜻한 구조의 손길 ○○○", 행정실장은 "관기의 큰손 ○○○", 영양교사는 "행복한 맛 전도사 ○○○", 교무실무사는 "없으면 안 돼 ○○○" 등등. 이건 어떨까? 깔깔깔 저건 어떨까? 깔깔깔~ 딴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툭 내뱉은 말에 그거 좋아, 좋아. 또 깔깔깔~~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을 찾아서 잘도 지어냈다. 심지어 교육과장님의 이름표는 "딱! 부러져 ○○○ 과장님"이었다. 이쯤 되면 다들 교장인 내 이름표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내 이름표에 "이 구역의 대장! 김귀숙"이라고 적었다.
일을 일이 아니라 놀이처럼 즐기니 연구실이 늘 웃음으로 가득하다. 수업안을 함께 검토하면서도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참 거침이 없다. 한 번쯤은 마음 상할 수도 있으련만 진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니 모두 수용하고 또 심하다 싶으면 금방 사과하면서 토론을 이어간다.
미래 인재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협업이라는데 저렇게 자연스럽게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으니 우리 선생님들은 현재 인재다. 덕분에 수업을 공개하는 날도 누구 하나 쳐지는 사람도 없이 모두 감동적인 수업을 펼쳤다.
참관자들은 모든 수업이 어느 하루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교사와 학생이 하나 된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들 하셨다.
또 우리 학교의 일상이 궁금해 오셨다는 한 교장선생님은 수업도 베테랑인데 어쩌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이렇게 밝을 수가 있느냐고 감탄하셨다. 학교에 돌아가셔서 직원들에게 우리학교 분위기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자 그 학교 직원들은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단다. 교장선생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로 "우리가 졌다."라고 하셨다 한다. 교장선생님의 학교도 우리 학교 못지않게 좋은 분위기로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말씀은 더 소중하게 들렸다.
리더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끼리 서로 협업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나보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 재미있는 문구를 지어내는 사람,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 등 직원들의 기량을 파악하고 그것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난 그냥 옆에서 함께 웃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그래그래 해봅시다."라고 할 뿐인데 선생님과 교직원들은 협력하며 신나게 모든 것을 해낸다. 협업의 비결은 좋은 리액션이라더니 이게 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