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강 Aug 16. 2020

초코소라빵과 초코올갱이빵

초코올갱이빵에서 밀크티까지

"오호! 이 밀크티 정말 향긋하고 달콤해요."

밀크티가 젊은 선생님들의 취향에 맞나 보다. 카페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며 좋아하신다. 둘째 딸이 친구들 준다며 밀크티 시럽을 만들더니 학교에서 나눠 먹으라고 내 것까지 만들어 선물해준 것이다. 카페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다니 이번엔 대성공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제과제빵을 몇 달 배운 적이 있다. 1주일에 한 번 케이크, 식빵, 쿠키 등 간단한 것들을 배워 와서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복습하곤 했다. 생일파티를 하는 날엔 케이크를 사지 않고 케이크 시트와 생크림, 과일 토핑 재료를 준비해놓고 직접 만들게 했다. 꼬마 손님들은 주머니로 생크림을 짜서 올리고 딸기로 삐뚤빼뚤 장식하며 즐거워했다. 쿠키 만들기도 좋은 놀잇거리였다. 딸아이 친구들이 집에 오면 쿠키 반죽을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반죽을 오물조물 만지작거려서 당시 유행했던 아따맘마, 짱구 등 만화영화 주인공 얼굴 모양 쿠키를 만들어 냈다. 집이 좀 지저분해지지만 뭐 어떠랴! 오븐 앞에서 옹기종기 쿠키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재미, 갓 구운 따끈한 쿠키를 먹는 재미는 지금까지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억 중에 하나인 걸!

그 영향인지 딸아이들은 바쁘게 공부하던 시절에도 1년에 몇 번쯤은 부엌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 내 손길 없이도 혼자 척척 해내고 가끔은 돈 주고 사 먹기 어려운 독특한 쿠키나 빵 등을 맛 보여 줬다. 산 것만큼이나 맛있었던 에그타르트는 매우 성공작이어서 딸아이에게 재료비를 주고 주문해서 사무실에 가져가기도 했다. 물론 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재료도 오븐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하려니 쉽진 않을 터이다. 결과물은 초라한데 싱크대에 잔뜩 쌓여있는 그릇들을 보면 저 돈과 노력으로 차라리 사 먹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한 번은 방학이라고 오랜만에 내려온 큰딸이 부엌에서 분주했다. 이번엔 큰 애 차례였다. 첫날엔 두 번 구워 만들어내는 "못생겼지만 건강한 맛이 나는 뉴요커들이 좋아하는 쿠키"를 만들어놓았다. 흔치 않은 쿠키라 식구들이 간식으로 맛나게 먹었다.

다음날은 엄마 사무실 간식 만들어 준다며 밤늦게 초코소라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딱딱하지만 모양이 괜찮은 아이들 6개"와 "좀 폭신폭신한 아이들 4개"로 구분해서 담아놓고 자고 있었다. 귀여운 메모에 엄마 웃음을 지으며 포장해서 사무실에 가져갔다.



무슨 우연인지 유명 제과점 초코소라빵이 책상 위에서 떡 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로 전근 간 주무관이 다녀가며 사 왔단다. 잘 구워져 폭신폭신하고 색도 고운 초코소라빵 옆에 딸아이의 빵을 놓으니 확연히 다른 비주얼이었다. 좀 폭신폭신하다고 한 아이들도 땅딸막하고 아주 딱딱한 모양으로 보였다. 좋은 재료로 만든 수제품이며 건강빵이라 우기기엔 너무 차이가 났다. 초코소라빵과 초코올갱이빵이라고나 할까!

딸들은 요즘도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한다. 재료며 만드는 방법이며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결과물도 훌륭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시도를 했던 경험 덕분인지 새로운 것 만들기에 별 주저가 없다. 아직도 미완성이고 과정 속에 있지만 저렇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보면 뭔가 그럴듯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학교 교육도 가정교육도 그랬으면 좋겠다. 좀 지저분해져도 별 성과가 없어도 아이들이 직접 해보는 활동이었으면 좋겠다. 성공한 에그타르트여도 좋고 쬐금 성공한 초코올갱이빵이어도 좋다. 그 과정들이 모여 어느 날은 달콤한 밀크티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이전 16화 버려진 가구를 바라보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