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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강 Aug 18. 2020

따봉이 밤톨이 오색이

따봉이 밤톨이의 1년

삑~~띠리띠리~삐~~~슥, 스르륵, 스르륵

한 시간마다 들려오는 이 요상한 소리는 5학년 오선생님이 교장실에 갖다 놓은 부화기에서 나는 소리이다. 37℃ D-13, 앞으로 13일 후면 달걀이 병아리가 된다는 표시다. 실과시간 병아리를 키우기로 했다며 상시 전원이 있는 교장실에 부화기를 놓겠다길래 흔쾌히 허락했다. 며칠 후 손전등으로 달걀 속을 비췄을 때 아이들과 신기해하며 와~ 탄성을 내뱉었다. 실 그물 같은 까만 생명체가 그 속에 있었다.


D-3, 오전에 특수 김 선생님이


"어머, 달걀에 금이 갔어요."


했지만 아직 3일이나 남았으니 이제 시작인가 보다 했다. 퇴근 무렵, 밤톨이가 숨을 쉬는지 깃털을 들쑥날쑥하며 알껍질 속에서 삑삑~삑삑~~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밤에 깨어나면 어떡하지· 공간이 엄청 좁은데 나머지 달걀을 깨뜨리면· 숨이 막히는 건 아닐까· 덥지는 않을까· 전문가 오선생님에게 인터폰을 하니 받지 않았고 전화기도 꺼져 있었다. 다급히 창밖을 보니 운동장에 계셨다.

"얘들 깨어나면 어떻게 해요·"


큰 소리로 물으니 경험자는 걱정할 것 없다며 유유히 퇴근했다. 별밤독서교실이 열리는 날이라 담당 이선생님에게 밤에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라고 부탁하고 나도 퇴근했다.


저녁 6시 21분, 다급한 메시지~ 이선생님이었다.


"교장선생님, 밤톨이는 아직도 그대로인데 멀쩡하던 따봉이가 나와서 돌아다녀요."


허걱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이어서


"오선생님이 병아리가 머물 집을 가지고 학교로 오신대요." 휴~다행이다.

다음 날 일찍 출근했다. 교장실에는 수제 인큐베이터 "육추기"가 놓여 있었고 전 교직원들이 따봉이를 보러 교장실을 다녀갔다.

"신기해요. 신기해! 우리도 이렇게 신기한데 아이들은 또 어떨까나·"

교장실이 아이들로 북적북적해지기 시작했다. 5학년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드나들었다.

밤톨이는 아직도 어제처럼 숨만 들쑥날쑥 삑삐~빅 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밤톨이를 보며 너도나도 온몸을 비틀고 손을 배배 꼬는 시늉을 하며
"아, 답답해! 저 껍질 깨 주고 싶다."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얘들아, 정말 깨 주고 싶지· 나도 그래. 그렇지만 참아야 해. 스스로 깨고 나와야지 병아리가 잘 살 수 있단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교사가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모든 것이 서툰 아이가 혼자 스스로 일어나고 해결할 때까지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고 격려해주는 기다림의 시간이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 그걸 참지 못하고 한 번 두 번 도와주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자발성, 자율성 대신 의존성이 커지게 된다. 우린 잘 참아냈다.

수업시간, 조용한 교장실에 따봉이는 삑삑삑, 밤톨이는 삑삐~빅 마지막 힘을 내며 소리를 낸다. 푸드덕푸드덕 갑자기 부화기 속이 시끄러워 쳐다보니 밤톨이가 휙~ 껍질을 벗어버리고 버둥거렸다. 쉬는 시간에 달려온 아이들은 따봉이와 밤톨이를 살짝 만지며 그 부드러운 감촉에 웃음 짓고 똑같이 생긴 두 마리를 어떻게 구분할지 의논했다. 아이들과 밤톨이의 발에 분홍색 잉크를 칠해주었다.

병아리 부화과정에서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아리는 삐약삐약 우는 것이 아니라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이렇게 운다. 그리고 21일 만에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18일 만에 깨어날 수도 있다.

유난히 까만 날개를 보이며 껍질을 깨기 시작했던 막내 오색이는 다음 날 속껍질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삑삑~울었었는데~ 가슴 한편이 찌릿했다. 아이들은 슬퍼하며 선생님과 오색이를 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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