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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Aug 13. 2019

#4 맞는 말이 듣기 싫었던 이유

당신이 잘 나가는 이유는 운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타 부서에 소위 잘 나가는 과장님이 한 명 있어요. 경력직으로 들어오신 분인데 회사 내에서 일, 인간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우수하다고 소문이 자자하신 분이죠. 처음부터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인정하는 분이죠. 저도 그 과장님께 가끔 연락을 드려서 회사생활이나 삶에 대한 조언을 받곤 합니다.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입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라는 말처럼 듣는 당시에는 많이 쓰지만, 과장님이 해주신 조언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약이 되는 것이 많이 있었어요. 덕분에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된 것들도 많았죠.


하지만, 몇 번을 들어도 쓰기만 하고 삼키지 못하는 조언들도 꽤 있어요. 분명 몸에 좋은 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먹으면 좋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대체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요. 좋은 얘기를 많이 듣고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이 기분 나쁜 이질감은 대체 무엇일까요.


당신이 나와 같은 환경에 있었으면 그렇게 잘 나갈 수 있었을까?


'빌 게이츠가 우리나라에 태어났으면 그런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이미 많이 회자되고 있는 질문이죠. 좀 더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빌 게이츠가 아마존 정글 원주민으로 태어났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


참 부끄럽지만... 고백을 하자면 (빌 게이츠 얘기를 꺼낸 이유를 얘기하자면)...

과장님이 해주신 말이 다 맞는 말이지만 이질감이 들었고 듣기 거북했던 이유는 아마도..


 제 마음 한켠에 있던 '당신이 나와 같은 환경에 있었으면 과연 그렇게 잘 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초라한 의문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과장님은 설비 고장이 적은 신설 부서에 있습니다. 저는 공장 중 가장 오래된 설비를 담당하고 있어요. 매일매일 터져 나가는 설비 보수를 해야 했기에 처음부터 빨리빨리 대처하는 일처리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요. 매년 일 처리가 조금씩 나아진다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과장님이 말씀하시는 수준에는 한참 멀었어요. 그리고 사실 그 수준까지 미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신경 쓸 수 있는 부서에서는 그런 꼼꼼한 일처리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사실 어려운 수준이죠.


참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었지만, 듣기 불편했던 이유는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내가 처한 환경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 싫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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