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Aug 18. 2022

24. 신호등_이무진 (의문과 질문의 차이)

2019년 어느 겨울날,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 얘기를 꺼냈다.


"저 퇴사하고 카페 차리려고 해요."


실제로 나는 지인들과 함께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이었고, 2020년 여름 전에 카페를 차릴 계획이었다.


이 말을 했을 때의 가족들 반응을 잊지 못한다. 부모님께서는 얘기도 않고 머리를 움켜쥐시거나 다른 곳만 응시하실 뿐이었다. 그리곤 30분 넘게 (격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격론의 종지부는 아버지께서 찍어주셨다.


"내년에 아빠가 하려는 게 있는데, 그게 내년 5월 정도 되면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결과 보고 결정을 하자."

나는 수긍을 했고, 그때까지 준비를 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2020년 3월에 터진 코로나...

함께 하기로 한 동료들과 나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고,

그렇게 카페 창업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이미 난 발걸음을 떼었지만
가려한 날 재촉하네 걷기도 힘든데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가 멈췄다 굴렀다 말은 잘 들어
그건 나도 문제가 아냐

- 이무진 '신호등' 중> -


나라는 사람은 선택을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 봐야 아는 편이다. 자의식 과잉으로 뭔가에 매몰될 때도 종종 있다. 하고 싶어 하는 건 많지만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편이다. 그래서 뭔가를 하면서도 의문을 많이 가진곤 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내가 능력이 부족한 걸까?'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뭔가를 계속했다.


카페 창업 준비를 하며 시작한 것이 브런치 작가 신청이었다. 카페 창업 준비과정을 글로 남기려 했는데, 카페 창업은 접고 글은 계속 쓰고 있다. 의도한 방향은 아니지만, 나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무언가를 하고 나면 반드시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발을 헛디디든, 잘못 가서 다시 돌아오든, 남들보다 느리게 가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걸어가다 보면 내가 밟아가야 할 디딤돌이 생긴다.   


의심을 하고 안 하는 것보다는 깨지더라도 하는 편이 낫다.

의문을 가지는 것보다는 질문을 하는 편이 낫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의심하지 말고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질문을 하는 게 낫다.


'내가 능력이 부족한 걸까?'의심하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한 내가 능력이 부족한 건 당연해. 좀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인정하고 질문을 하는 편이 낫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조명들이 날
빠르게 번갈아 가며 비추고 있지만
난 아직 초짜란 말이야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 이무진 '신호등' 중 -


카페 창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10명 중에 9명이 이런 말을 했다.


"네가 하려는 게 너 생각처럼 잘 될까??"

"생각보다 그게 쉬운 게 아니야.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이 해준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무언가를 하려 할 때 사람은 자의식 과잉에 흥분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자의식 과잉일 때는 보통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고, 자신을 과장해서 보기 때문에 본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보는 눈이 좀 더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같은 말이라도 의심과 의문이 아니라,

공감과 질문을 해주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 같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하고 싶은 이유가 있어?? 회사 생활이 많이 힘들어?? 어떤 점이 힘들까??"

"뭔가를 해보려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걸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실패할 경우에 Risk가 굉장히 클 것 같은데, 이런 방식으로 시작을 작게 해 보는 건 어떨까??"


도전을 하는 것도 용기고, 도전을 하지 않는 것도 용기다. 

다만 그 판단은 의문을 통해서는 할 수 없다. 깊은 질문을 통해서만 판단이 가능하다.

그런 질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나 역시 딸아이의 부모가 되고, 누군가의 선배가 된다.

의심에 빠뜨리는 의문을 던지는 어른이 아닌, 질문을 건낼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이전 25화 13. 아빠의 청춘_남인수(부모님의 청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