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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Aug 23. 2020

13. 아빠의 청춘_남인수(부모님의 청춘)

청춘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같다

초등학생 시절 트로트를 즐겨 부르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 애창곡이 '아빠의 청춘'이었다.


친구와 어울리며 나도 따라 부르곤 했는데,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으로 시작되는 첫 소절이 참 재미있어서 계속 흥얼거리곤 했다.

그렇게 흥얼거리던 것이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씩 흥얼거리곤 한다.




얼마 전, 부모님과 아웃렛을 갔다. 기분도 낼 겸 그날은 내가 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쇼핑할 때 따로 떨어져서 각자 옷을 보곤 한다(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오래간만에 쇼핑이라 나도 한 벌 사야겠다 싶어 혼자 매장을 둘러보았다.

티 2개, 바지 1개, 재킷 1개 해서 총 4벌을 샀는데, 시간을 보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그리곤 아버지가 계신 층으로 내려갔다.


고향 마을 최고의 패셔니스트신 우리 아버지께선 굉장히 신중하게 옷을 보고 계셨다.

아버지께선 1시간 하고도 30분 넘게 고민한 끝에 티 1벌, 바지 1벌을 고르셨다.


'아빠, 그렇게 오래 보시더니 이게 끝이에요?? 몇 벌 더 사시죠 ~'

 

그렇게 더 사라고 계속 말씀드리니 그제야 아버지께선 숨겨 놓은 속내를 꺼내셨다.


'사실 마음에 드는 셔츠가 하나 있긴 한데...' 하시며 매장으로 갔다.

그렇게 셔츠 1개를 더 사시고 나서야 아버지 쇼핑은 끝이 났다.


다음으로 어머니가 고르신 옷을 함께 보러 갔는데, 

어머니께선 야상 1개와 모자 1개를 보셨다고 했다.


매장 3군데 정도 봐놓은 야상을 소개하시곤 고민 고민하시더니 결국 사지 않으셨다.

봐 놓은 모자 하나도 소개만 하시곤 살까 말까 고민하시다 결국 사지 않으셨다.

괜찮다고, 사라고 보챘지만 어머니께선 다음에 사시겠다며 끝내 사양하셨다.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 딸이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마음으로 밀어주는 박영감인데

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

아직까지 나에게도 청춘은 있다~!

 <남인수. 아빠의 청춘 중>


나의 20대는 꽤나 어두웠고, 반대로 꽤나 화려했다.


어두웠던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화려했던 때에 내가 해보고 싶던 것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들 잘되라고 뒤 돌아보지 않고 무리해서 도와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받기만 한 아들이 이제 부모님 옷 사드린다 하는데,

당신들께선 옷 한 벌 고르는데도 고민 고민을 하신다.

행여나 내가 무리하는 건 아닌가 싶으신가 보다.


30대 중반이 되며 주변 환경이 변하고 가치관이 변해가면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아마 '가장', 그리고 '부모님'이 들어가지 싶다.

'가장'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무게를 지고 있는 존재였다.


'가장'으로써 나의 역할이 넓어지는 만큼 '부모님'은

나를 지켜주는 존재에서 내가 지켜드려야 하는 존재로 변해갔다. 


보살핌 받던 시절에는 더 받지 못해 서운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드리지 못해 서운한 마음으로 변해간다.


평생 주기만 하던 아버지 어머니께선 받는 것이 아직 어색하신가 보다.


우리 부모님들은 아직 청춘이다


아버지께선 은퇴하신 후 지금이 제일 좋으시다며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곤 또 뭔가를 하려 준비하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어머니께선 이제 가게 운영이 예전 같지 않다고, 힘도 부치고 이젠 그만하고 싶다고 하신다.

그렇게 말씀하시곤 아직까지 열심히 가게 운영을 하고 계신다. 


두 분 모두 힘이 닿는 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하신다.


뭐 보내드릴까 하면 필요 없다 하시면서 보내드리면 좋아라 하신다. 

예쁜 옷 사드릴까 하면 괜찮다 하시면서도 막상 사드리면 온 동네 소문내고 다니신다.


하기 싫다면서 하고 계시고, 안 할 거라면서 하시고, 필요 없다면서 드리면 또 좋아하고... 예전에는

'대체 왜 저러시지...' 하던 어른들의 행동이 이젠 이해가 된다.


청춘이 아니라 하지만 청춘이고 싶고, 잊혀지고 있지만 잊혀지고 싶지 않다.

머리는 하얗게 바랬지만 멋지고 싶고, 주름은 깊어졌지만 여전히 예쁘고 싶다.

청춘이고 싶고 멋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같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다.  


세월의 흔적은 얼굴에 남아버렸지만, 분명 부모님의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


그 마음이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남인수. 아빠의 청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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