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자리 이동을 하고, 지금은 바뀐 부서에서 2달째 근무를 하고 있다. 2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의 회사 생활은 꽤나 크게 바뀌었으며 그런 변화된 환경에서 느낀 점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1. 생각보다 빨리 잊고, 또 빨리 잊혀진다.
동네 길가에 어떤 가게가 하나 사라지고 다른 가게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어, 이 가게 문 닫았네?' 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 가게가 단골이라고 했을지라도 그 순간만 아쉽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가게가 있었다는 것조차 쉽게 잊어버린다. 회사에서 부서 이동을 한다는 것은 딱 그 정도의 아쉬움과 기억을 남긴다. 아마도 이건 이직, 퇴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 같다. 쉽게 말해서 헤어지면 남이라는 얘기다.
빨리 잊는 건쌍방이 같다. 그 무리에서 나라는 존재가 빨리 잊혀진다는 것이 느껴지고, 나 또한 그와 비슷한 속도로 그들을 잊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잊혀졌다고 서운하지도 않고, 잊어간다고 해서 죄책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2. 내가 쌓아왔다고 느꼈던 어떤 것들은 'Attitude'이며 'Skill'이 아니다.
한 부서에5년간 근무하며 쌓아왔다고 생각했던나의 능력은 대부분 'Attitude'에 대한 것이지 'Skill'이 아니다. 'Attitude'와 'Skill'의 차이는 밥벌이 수단이 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다. 'Skill'은 그 능력만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고, 'Attitude'는 밥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학교생활'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쌓아왔다고 느꼈던 어떤 것들은 마치 '시험지와 OMR카드 작성'과 같다. 처음 시험지를 받고, 처음 OMR카드를 작성할 때는 어느 곳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고, 행여 마킹을 잘못하진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작성을 하곤 한다. 하지만 같은 것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시험지를 받음과 동시에 필요사항을 다 기재해놓고,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마킹을 하며 시험을 칠 수 있게 된다. 나는 반복된 업무에 익숙해져서 처리 과정이 빨라졌을 뿐이지 능력 자체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OMR카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작성할 수 있다고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처럼, 업무 처리 능력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 능력이 밥벌이가 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시간만 지나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 정도 능력은 누구나 다 가지게 된다.
3. 나는 누구와도 대체 가능하다.
사실 이 부분은 위의 내용과 어느 정도는 겹치는 점이 있기에 학교생활 예시를 이어서 해도 좋을 것 같다.
한 교실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과, 중간 정도 하는 학생,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있을 것이다.공부 잘하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좀 더 인정은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부 못하는 학생이 학교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라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규율만 지킨다면 누구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다. 반 마다 선생님의 스타일이 다르고, 만나는 학생이 다를 뿐 대부분 자기가 속한 곳에서 잘 살아간다.
공부 잘하는 학생 한명이 전학 가고 공부 못하는 학생 한 명이 전학 왔다고 학교가 돌아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물론 직장생활을 학교생활에 비유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과장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별 다를 바가 없다.결론은 집단에서 누군가가 한 명 빠지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4. 어딜 가나 똑같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어딜 가나 똑같다는 말은 틀린 말일 가능성이 높다. 어딘가로 이동을 한다는 것은 환경과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기에 똑같을순 없다. 더 나빠지거나, 더 좋아지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더 높다.
어딜 가든 똑같다는 논리와 함께 패키지로 나오는 논리는 아마 '또라이 보존의 법칙'일 것이다. 어디를 가던 또라이 한 명씩은 있고, 아무리 봐도 또라이가 없다면 그 한 명이 당신이라는 것이다. 사실 또라이 보존의 법칙은 꽤나 잘 맞는 법칙이다. 그리고 그 또라이는 보통 나보다 상사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또라이가 당신 직속 상사인지, 아니면 다른 Part 상사인지만 달라져도 회사생활은 크게 바뀔 수 있다.
5. 당신의 직관을 좀 더 믿어도 된다.
전 부서에서 견디기 힘들었던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처리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부서 인력 구조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어쩔수 없다는 이유를 내가 인내하고 버틴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에 따른 보상은 말할 것도 없이 일절 없다. 그리고 상사들은 이미 그 시기를 겪어왔기에 바꿀 생각도 없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불합리함을 얘기할수록 나만 이상한 놈이 되어갔다.
주변 사람들은 습관처럼 어딜 가나 똑같다고 얘기를 했지만 사실 나는 그 말을 크게 믿지 않았다. 5년간 불합리함을 체화하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일정 부분 이상은 목구멍으로 넘기기가 어려웠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먹고 싶지 않는 것을 삼켜야 한다는 것이 더 큰 곤욕이었으며, 더는 버티기 힘들어 부서이동을 요청했다(물론, 불만사항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경력을 쌓고 싶다는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설득을 했다). 그리고 부서이동이 성사되었고, 지금의 나는 꽤나 만족하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한들, 자신이 처한 상황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누구에게 단신의 처지를 얘기해 봤자 100%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당신이 계획하는 어떤 시도가 될지 안될지에 대한 직감도 자신이 제일 확실하다.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누군가의 조언은 구하되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는 자신의 직관을 좀 더 신뢰해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당신이 부서이동을 희망한다거나 이직을 생각하고 있고, 그 행동을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인내했다면 좀 더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