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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Vet Jan 05. 2019

연말 국산 BIG3, 뭐가 문제였을까.

글쓴이의 사사로운 영화 진단서. 아! 처방전은 없답니다.

 다들 2018년 12월 극장가를 마치 콜로세움과 같은 난투전으로 예상했었다. 19일에는 도경수를 전면에 내세운 <스윙키즈>와 송강호를 전면에 내세운 <마약왕>, 그리고 CG 물량공세를 전면에 내세운 <아쿠아맨>까지. 24일에는 <범블비>가, 곧이어 26일에는 하정우, 이선균 투톱 주연의 <PMC: 더 벙커>까지.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웃고 있는 것은 저 멀리 외국에서 건너온 <아쿠아맨> 혼자서 웃고 있다. <마약왕>의 손익분기점은 누적관객수 약 400만 명 이상, <스윙키즈>는 370만 명 이상, <PMC: 더 벙커>는 300만 명 이상이다. 하지만 1월 3일 기준, 각 영화의 누적관객수 수치는 암담하다. <마약왕>은 약 184만 명, <스윙키즈>는 136만 명, <PMC>는 145만 명이란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 '맥스무비'에서 제작한 한국영화 제작비 비교 도표. ⓒ(주)맥스무비


 반면 <아쿠아맨>은 벌써 400만 명을 넘겼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조건적으로 한국영화를 비난하는, 그런 문화 사대주의적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일종의 진단이다. <아쿠아맨>도 물론 아쉬운 점, 별로였던 점이 분명하다. 서사 전개는 지나치게 단조로우며,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비주얼도 종종 CG가 과한 데다, 악역들의 분장은 파워레인저 수중 버전이라도 되는 듯 유치함의 극단을 달린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자신의 강점인 액션과 비주얼에 확실히 투자했고, 그 성과가 준수하다. 반면 연말 한국영화 대작 3편은, 전부 아쉬운 면이 가장 도드라진다.

▲ <아쿠아맨> 스틸컷.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먼저 PMC 이야기부터. 개인적으로 셋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군더더기가 가장 적기 때문. 초반의 정세 설명 이후 곧바로 상황이 진행되고 액션이 시작된다. 그래서 밀도 높은 액션이 끝까지 이어지리란 기대를 하던 와중 머릿속에 한 가지가 스쳐 지나갔다.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는다는 것. 그 시간을 액션만으로 채우기엔 버거웠던 탓일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헵(하정우)의 부상과 그로 인해 특정 상황이 벌어진다. 그 상황 때문에 에이헵은 고립되고, 우리는 에이헵의 액션이 아니라 하정우의 연기를 보게 된다. 물론 하정우는 그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하지만 액션이 기대되는 영화에서 액션의 중심 내 주인공의 부재는 상당한 단점이다. 액션에 감정적 몰입을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 주인공 없이 팀원들이 펼치는 화려한 총격전은 2% 부족한 느낌이다. 또 에이헵의 과거사를 다루는 과정이 꼭 필요하긴 했지만, 그 부분이 영화의 탄력을 저하했음은 분명하다. PMC에게 느끼는 아쉬움은 잘하던 학생이 한두 과목에서 실수했을 때 오는 아쉬움이었다.

▲ <PMC: 더 벙커>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스윙키즈>는 편집의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장면 하나하나의 연출은 괜찮았다. 탭댄스 장면들의 쾌감도 충분히 잘 살렸고, 분단에서 오는 갈등의 이미지 등 여러 장면이 준수했다. 근데 그 장면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너무 빈약했다. <스윙키즈>를 보고 있으면 서사를 볼 때도, 감정선을 볼 때도 이전 장면과의 괴리가 너무 컸다. 이런 편집은 관객에게 급작스러운 느낌을 주고, 관객의 감정을 당황스럽게 한다. 글쓴이 나름대로 내린 판단은 '이 장면들을 넣자'가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자'보다 우선시됐다는 것이다. 각 장면이 의도한 감정과 주제는 확실히 와 닿았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도출해냈다. 영화의 흐름에 온전히 자신을 맡길 수 있다면 희로애락을 모두 느끼며 만족스럽겠지만, 글쓴이가 그 흐름에 빠지기엔 영화의 설득력이 빈약했다.


 또 돌아볼수록, 로기수(도경수) 캐릭터도 아쉬웠다. 배우의 연기는 굉장했으나, 각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편집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가 오락가락하면서 집중도가 떨어졌는데, 이념 이야기와 개인의 성취욕 등등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진 나머지 캐릭터를 향한 집중도가 살짝 떨어진다. 주인공의 감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오히려 "탭딴쓰라는게 사람 미치게 하더구먼" 이 대사를 잭슨에게 뱉을 때다. 주인공이 변화를 자백할 때. 정작 결말부의 비극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던 데다 갑작스러운 면이 있어 집중도가 떨어졌다. <스윙키즈>의 아쉬움은 잘하는 과목과 아쉬운 과목이 명확하던 학생이, 잘하는 과목을 마지막에 실수한 느낌이다.

▲ <스윙키즈> 스틸컷. ⓒ(주)NEW



 마약왕은 가장 아쉬웠다. 아쉬움의 종류부터 말하자면 잘하는 게 딱 한 과목인 학생이, 그걸 잘 살렸지만 못하는 과목이 너무 많아 오히려 못하는 과목이 눈에 띈 느낌이다. 송강호의 연기, 배두나의 연기, 조정석의 연기, 다른 조연들의 연기... 연기는 하나같이 다 좋았는데 영화의 흐름은 맥이 빠진다. 분명 영화가 의도한 클라이맥스에선 몸이 찌그러들도록 긴장해야 하는데, 참 나른하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무난하게 지켜볼 뿐이다. 흡입력이 부족할 때 관객은 '지루함'이란 증상을 느낀다. 골든에그 지수 74%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 <마약왕> 스틸컷. ⓒ(주)쇼박스





 연말 극장가의 한국 영화들에게 기대가 정말 컸는데, 어째 작년 <1987>처럼 시원하게 맘에 드는 영화가 없다. 특히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스윙키즈>와 <PMC: 더 벙커>의 부진이다. 먼저 <스윙키즈>의 경우는 아직 도경수 배우의 티켓파워가 약한 탓일까, 아니면 탭댄스라는 소재 탓일까. 글쓴이는 누적관객수 500만 이상의 흥행을 예상했는데 전혀 엇나간 추측이었다. 하지만 음악영화라는 장르 영화가, 그중에서도 '춤'을 다룬 장르영화가 오래간만에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정말 안타까운 결과이다. <PMC: 더 벙커>의 부진은 더더욱 아쉽다. 스토리가 단순하기에 중반부에서 늘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들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미덕은 '총격전'에 있다. 140억대 제작비로 이 수준의 총격전을 뽑아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글쓴이는 극장에서 '아 촬영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구나, CG 처리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구나' 이렇게 계속 되뇌며 감탄했다. 단점이 있더라도 감독이 상당히 뚝심 있게 밀어붙인 영화였는데, 상당히 평가절하 받는 것 같아 아쉽다.


 갈수록 연말 특수, 명절 특수를 노리고 양산형처럼 찍어내는 영화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관객이 점점 더 현명한 선택을 하기에 나타나는 좋은 현상이지만, 또 한국 영화의 침체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쓴이처럼 진단만 내리는 의사는 지금도 충분하다. 대신 한국 영화를 위해 제대로 된 처방전을 작성할 의사들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넉넉하도록 약국을 지켜야 한다. 그런 의사들이 될 영화 업계 종사자들과, 그런 약국을 지원할 좋은 투자자들이 늘어나길 빈다.





- CineV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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