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ineVet Mar 21. 2019

눈먼 신앙이 향하는 곳, <우상>

'우상'으로 살펴본 <우상>

※ 본 후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다음 국어사전에 '우상'을 검색한 결과이다.

prologue.

우상. 맹목적인 인기를 끌거나 숭배되는 대상을 일컫는 말.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신의 형상을 일컫는 말. 우상이라는 존재는 상당히 독특하다. 우상 자체가 가지고 있던 가치에, 타인이 부여한 더 큰 가치가 더해져 그 존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분명 우상의 가치 대부분은 '타인이 부여한 가치'에 있는데, 그 자체가 가진 의미가 없었다면 애초에 우상으로 탄생할 수가 없다. 즉 그 우상의 고유한 가치는 마중물로써의 역할을 지닌다.




1. 맹목적인 인기를 끌거나 숭배되는 대상.

▲ <우상>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구명회(한석규 역)라는 인물은 작중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다른 인물들처럼 자신의 우상이 있으면서도, 본인이 우상인 유일한 캐릭터이다. 작중 구명회는 도의원으로, 한의사 출신이지만 학위를 중국에서 받아 한의사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잘 쌓아놓은 이미지 덕택에 도지사 대행을 뛰어넘는 지지율을 보유한 정치계 스타이다. 그의 아들인 요한(조병규 역)이 뺑소니로 사람(유중식(설경구 역)의 아들)을 죽였음에도 오히려 지지율이 오를 정도인, 말 그대로 '우상' 그 자체다. 결국 구명회의 우상은 자기 자신이다. 아들이 사고를 쳤을 때 구명회의 모습은, 놀랐을 아들을 위로하는 아버지보단 당장의 문제를 치우려고 노력하는 청소부에 가깝다. 우상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 이후에도 최련화(천우희 역)을 죽이려고 시도하는 등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인물이다. 결국 마지막에 큰 사고를 당함에도 불구하고, 우상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한다.


▲ <우상>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유중식은 좀 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인물이다. 그는 '아들'을 우상으로 갖는 인물이다. 그에겐 아들이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유중식은 아들의 자위가 자해의 형태로 변하면서 아들이 13살 때부터 자신이 자위를 대신해줬다고 극 중 고백을 한다. 지능이 모자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애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금은 과한 부성애이다. 그에겐 아들이 단순 아들을 넘어 인생의 존재 의의처럼 비친다. 이는 '최련화'를 향한 집착과도 같은 형태로 번진다. 아들 죽음과 동시에 사라진 며느리 최련화를 찾기 위해 2천만 원을 투자하고, 최련화가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혼인신고를 올리고, 그런 최련화를 보호하기 위해 아들을 죽인 자의 아버지인 구명회의 편에 선다. 하지만 최련화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즉 자신의 우상이 무너질 때 지독하게 절망한다. 결국 '가장 큰 자의 목을 따라'는 무당의 말을 따라 이순신 장군 동상의 머리를 폭파시킨다. 이는 단순히 사회를 향한 테러가 아니다. 모두의 우상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 <우상>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최련화는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련화는 '안정'이라는 우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최련화는 극 중 유일한 이방인이다. 이방인에게는 정착이 가장 큰 목표이다. 연변에서 온 그녀는 연변 출신임을 숨기기 위해 하얼빈에서 온 사람처럼 속이고, 한국에 남아있기 위해 거짓으로 결혼하고,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의 아이를 가지기까지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최련화의 안정 또한 파괴되기 시작한다. 먼저 요한이 자신의 현재 남편을 뺑소니 사고로 죽이면서 이미 안정을 한 번 잃는다. 게다가 도망쳐 나온 전남편이 다시 찾아오고, 그 전남편을 죽이고 나니 구명회가 찾아오고, 유중식이 구해줘서 안정을 되찾는가 싶더니 언니를 죽인 의문의 사내가 자신까지 죽이려 온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남다 결국 자신의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며 자신의 우상을 스스로 파괴한다. 그러고서는 자신의 우상을 앗아간 구명회를 찾아가, 구명회와 자기 자신을 동시에 파괴한다. 자신의 우상을 앗아간 자의 우상을 파괴한 것이다. 하지만 구명회의 육신을 파괴했을지는 몰라도, 우상으로서 그의 위치를 파괴하진 못했다.




2.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신의 형상.

▲ <우상>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극 중 구명회를 향해"자네 예수여"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의문문이 아니라 평서문이다. 구명회 캐릭터는 기독교의 이미지가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먼저 그의 종교 자체가 기독교이고, 아들의 이름도 요한이다. 하지만 그와 그 아들의 이미지는 뒤틀린 이미지에 가깝다.


성경 속 세례 요한은 예수님의 탄생 이전에 그의 길을 예비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 요한은 사람을 죽여 그의 아버지인 구명회(예수)의 길을 가로막는 인물이다.


그의 아들 요한이 뺑소니로 사람을 죽였을 때 욕조에서 목욕함으로 자신을 깨끗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성경에서 물로 사람을 정케하는 세례 요한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성경 속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짓눌리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자신의 손에 못을 박는다. 구명회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하여 다른 이의 발(톱 밑) 못(주사기)을 박고, 자동차로 다른 사람을 짓누르며 죽인다.


요한은 유중식과의 대화 이후 죄책감을 못 이기고 목을 그어서 자살 시도를 한다. 무고하지만 헤로디아의 모함으로 목이 은쟁반에 담기는 최후를 맞이한 세례 요한과는 또다시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구명회의 마지막 연설 또한 예수님의 마지막 연설과 대비된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말씀을 남기시고 하늘로 승천하여 진정한 신으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구명회는 마지막 연설을 통해 모든 관객을 매료시키지만 그 형상이 관객 사이에 있는, 결국 신이 아닌 우상으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된다.




epilogue.

분명 장면마다 훌륭한 연출이 곳곳에 녹아 있고 인물 간의 유기성, 사운드 활용 등 여러 장점이 존재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감독의 전작인 <한공주>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영화의 시선은 차분하면서도 그 속의 에너지는 끓어올랐고, 거친 촬영과 직관적인 연출의 조화가 훌륭했다. 하지만 이번 <우상>은 조금 과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감독의 욕심이 조금 컸다. 어렵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씀을 감독님께서 계속하시던데 글쎄, 온전히 동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공주> 때와 마찬가지로, 엔딩은 끝내준다.


※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



- CineVet -

매거진의 이전글 '살인마 잭'네 집들이 준비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