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ineVet Apr 17. 2019

마블은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았나

'캐릭터'와 '세계관', 두 가지 키워드로 꿰뚫기

17일 오후 2시에 확인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사전 예매량


16일 오후 6시에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CGV의 접속 지연 화면.
16일 오후 6시에 접속이 지연되는 메가박스. 대기 인원이 최대 9000명가량까지 폭증했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8일 전인 16일 오후 6시에 등급 심의가 완료됐다. 등급 심의가 끝나자마자 극장들은 예매 창구를 열었고, 예매가 열린 직후 CGV와 메가박스는 서버가 폭주하여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예매가 열린 후 5시간 만에 예매량 40만을 돌파했고, 17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60만까지 넘어섰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세계 영화 시장에서 '마블'이란 타이틀이 가지는 위치는 확고하다. 이제 마블은 단순 시리즈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마블이 관객을 사로잡는 데엔 크게 두 가지 마법을 사용했다. 캐릭터와 세계관.



지금의 마블을 있게 한 캐릭터 '아이언맨'. ⓒ(주)디즈니코리아

 마블은 캐릭터 빌드업에 충실하다. 영화의 매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마블은 각 캐릭터에게 명확한 개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그 아이덴티티와 어울리는 역경과 결점을 인물에게 부여한다. 우리와는 너무 달라 보였던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목격하는 순간, 관객은 눈앞의 초인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인물에게 자연스레 다가간다. 인물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인물에게 이입하게 되고, 그가 겪는 일련의 과정들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정해진다. 그 과정에서 인물이 성장하는 순간, 그 성장은 관객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탄탄한 기본기는 훌륭한 자산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줄여서 MCU. ⓒ(주)디즈니코리아

 또 하나의 키워드는 세계관이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들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걸 사람들은 마블의 영화적 세계관,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줄여서 MCU)'로 부른다. 한 인물의 행동이 다음 영화에 영향을 끼치고, 한 사건이 다음 영화 속 사건의 발화점 혹은 새로운 인물 탄생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세계관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영화로서의 완성도와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주)디즈니코리아

 마블은 세계관에서 가볍게 지나가는 영화 하나라도 대충 만들지 않는다. 커다란 흐름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적절한 순서대로 영화를 만들고 개봉한다. 동시에 어떤 영화도 대충 만들지 않는다. 캐릭터에 특성과 어울리는 감독을 탐색해 과감하게 기용하고, 동시에 마블 사가 축적한 노하우로 감독의 솜씨를 노련하게 다듬는다. 심지어 요즘에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통해 인종 차별, 페미니즘 등의 정치적 이슈도 과감하게 녹여내며 관객에게 화두를 던진다. 대중적인 오락성은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주제의 깊이도 갖추는 것이다. 마블은 자사 영화의 주제의식, 기본적인 완성도, 캐릭터 빌드업, 스펙타클 그 어느 하나도 평균 이하로 떨어지게 놔두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MCU를 꿰뚫는 중요한 떡밥, '인피니티 스톤'. ⓒ(주)디즈니코리아

 또 마블은 유기적 연결고리, 이른바 '떡밥'을 활용하는 데에 능숙하다. 세계관의 뼈대가 되는 중요한 연결고리들은 잊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관객이 간과했을 소소한 '떡밥'을 잘 간직한다. 간직했던 떡밥들은 후에 자연스럽게, 중요한 순간이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며 관객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결코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관객은 이런 떡밥을 통해 퍼즐을 완성했을 때의 쾌감을 느낀다. 마블은 이 쾌감을 통해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큰 그림'에 빠져들도록 유혹한다. 캐릭터를 통해 영화 하나하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을 넘어, 이런 유기성을 통해 세계관 자체를 탐독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주)디즈니코리아

 지난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은 11년 동안 <캡틴 마블>까지 총 21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과 함께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 22번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지금까지의 모든 마블 영화를 한데 묶는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의 마침표이다. 비록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한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만, 필자에겐 그 후에도 마블은 흥미로운 얘기들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이런 신뢰는 지금까지 마블이 흘린 땀의 결과물이자, 마블이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자, 이제 2019년 4월 24일을 기다려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상실의 비극, <러브리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