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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Vet Jul 15. 2019

리무진 탄 여왕님의 서민 구하기. <롱 샷>

차별의 배경 속 주체적 주인공을 '롱 샷'으로. <롱 샷> 후기

 '롱 샷'의 뜻은 클로즈업의 반대 개념으로, 원거리에서 피사체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대상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대신, 대상과 배경을 한 화면 안에 담아 그 대상이 배경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관찰한다. 감정의 거리를 조금 가지는 대신, 대상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한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프레드'이고, 진짜 주인공은 '샬롯 필드 장관'이다.




▲ <롱 샷> 스틸컷 ⓒ조이앤시네마

 영화의 화자는 프레드이다. 영화는 프레드의 시점으로 여러 상황들을 비추며 그 안에서 샬롯이 대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배경을 통해 주로 여성 차별의 역사를, 나아가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혐오와 억압을 '롱 샷'으로 잡아낸다. 이 영화에서 영리한 점은, '백마 탄 왕자 이야기'의 21세기적 뒤집기라는 점이다. 화려하고 능력 있는 기득권층 남성이, 서민 계층의 아름다운 여성을 찾아와 구원한다는 낡은 스토리를 재치 있게 뒤집었다. 화려하고 능력 있는 권력자 여성이, 방금 실직한 글재주 있는 남성을 찾아와 구원하는 스토리, 얼마나 명확한가?




▲ <롱 샷> 스틸컷 ⓒ조이앤시네마

 이런 동화적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것은 이런 새로운 이야기를 불쾌하게 여기는 차별적 사회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 깃발을 걸고 혐오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레드넥들, 여성 정치인에게만 달라붙는 시대착오적 잣대들과 시선들, 약자를 봐주지 않는 미디어의 횡포까지. 다소 작위적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부정할 수 없는 모습이기에 이 영화는 관객에게 현실로 다가온다. 이와 관련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후반부 주인공 둘에게 찾아오는 위기의 원인이다. 명백한 성적 대상화인데, 그걸 코미디로 활용하는 모습이 이전까지 이어진 영화의 PC적 모습을 해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단순히 그 하나로 평가절하 받기에는 너무 아까울 따름이다.




▲ <롱 샷> 스틸컷 ⓒ조이앤시네마

 이런 차별적 세상 속에서 굴하지 않는 주체적 여성의 모습, 그런 여성을 진심으로 지지하며 옆에서 보조하는 남성의 모습. 이런 둘의 케미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건설적이며 진취적이다. 사실 관습에 저항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의 주객전도가 일어났지만, 이 영화는 그런 젠더 이슈에 손쉽게 편승하여 게으르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아니다. 결국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의 주체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둘 모두 주체성을 잃지 않은 이 영화의 결말은 비현실적이지만, 동화적이고 아름답다.



"차별의 배경 속 주체적 주인공을 '롱 샷'으로"
★★★★(8/10)


- CineVet -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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