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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Vet Jul 15. 2019

미친듯이 빛나는 개살구, <라이온 킹> 실사

원작의 아우라대신 화려한 비주얼로, <라이온 킹(2019)>

▲ <정글북(2016)> 스틸컷 ⓒ(주)디즈니코리아

  결론부터 말하겠다. 좀 실망했다. 이 영화를 향한 기대치가 너무나도 컸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지만, 아무리 감안하고 감안해봐도 아쉬운 점이 남는 건 사실이다. 사실 엄청난 기대 속에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품고 있던 건 시사회 날 아침에 <정글북(2016)>을 미리 봤던 까닭일까. 정글북 실사화를 보면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은 '무난하다'였다. 애초에 정글북 원작이 무난한 부분도 있지만, 실사화는 좀 더 무난했다. 극적이어야 할 부분에 힘을 싣는 능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건 원작 탓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넘겼었다. 하지만 존 파브로 감독은 <라이온 킹(2019)>에서도 같은 과오를 반복했다.




▲ <라이온 킹(2019)> 스틸컷 ⓒ(주)디즈니코리아

 원작을 다시 보지 않고 극장으로 향했다. 원작의 기억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좋게 남아있기에, 이번 실사를 볼 때 감흥을 해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원작도 이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구린 대사와 촌스러운 연출이 눈에 띄었다. 어떤 부분은 불필요하게 설명하다가 '비약이 크네?'라는 인상을 남겼고, 또 몇 부분에서는 '모양새 빠지게 왜 그래...' 싶을 때가 있었다. 긴장감과 갈등을 고조시키다가 상황이 맥빠지게 끝날 때도 종종 있었다. <알라딘(2019)>에서도 느낀, '실사화되면서 애니메이션 특유의 매력적인 과장이 사라졌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 <라이온 킹(2019)> 스틸컷 ⓒ(주)디즈니코리아

 또 가장 궁금했고, 기대했던 부분인 '성우'와 '음악' 부분도 조금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성우들이 잘했지만, 원작의 아우라를 따라가긴 힘들었다. 또 노래의 경우 몇몇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노래 실력들이 원작에 비해 떨어질 뿐 아니라, 애드리브가 많이 추가됐는데 어울리는 경우보단 과한 경우가 많았다. 결정적으로, 연출만 그런게 아니라 노래도 원작만큼의 힘이 없었다. 터뜨리는 한 방이 부족하달까.




▲  '용산 아이맥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1.43 : 1' 비율 ⓒ(주)디즈니코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라이온킹 실사를 빛내는 것은 극강의 비주얼이다. 동물의 털 하나하나 세밀하게 표현하고, 물에 젖은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피부의 그 잔주름이 세밀하게 드러난다. 특히 (용산 아이맥스에서만) 1.43 : 1로 진행되는 'The Circle of Life' 시퀀스를 처음 볼 때는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완성도가 예술적이지 못해도, 비주얼이 말 그대로 '예술이다'.




▲ <라이온 킹(2019)> 스틸컷 ⓒ(주)디즈니코리아

 또 이번 작은 의외로 디즈니의 최근 흐름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다시 말해 실사화는 지난 2D 애니메이션 시대에 디즈니가 쌓은 과오들을 되짚는 역할을 해왔다.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백인 위주의 구성에서 인종의 다양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를 위한 동화를 쓰는 과정이 디즈니의 실사화다. 하지만 이번 라이온킹 실사는 큰 흐름 뿐 아니라 곁가지 까지도 원작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 <라이온 킹(2019)> 스틸컷 ⓒ(주)디즈니코리아

 자칫하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도 이 부분을 호평한 것은, 영화가 원작 자체의 훌륭한 점을 보강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번 실사에서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날라'의 행적을 좀 더 비중있게 다룸과 동시에, 주연 성우 캐스팅이 백인이었던 원작과 다르게 그들을 흑인으로 바꾸는 진취적 선택을 했다(애초에 배경이 아프리카인데 이쪽이 더 어울리지 않는가?). '햄릿'을 변용한 기존의 훌륭한 서사를 유지한 것은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다.




▲ <라이온 킹(2019)> 스틸컷 ⓒ(주)디즈니코리아

 총평을 하자면, 서사를 담아내는 과정과 음악적 재현은 얄팍하지만 훌륭한 원작의 뼈대를 따라가며 극강의 비주얼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하고 싶다. 애초에 완성도 따지면서 볼 생각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갖추고도 남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극장용 영화'다. 특히 '용아맥', 흔히 말하는 '용산 아이맥스'에서 꼭 봐야 할 아이맥스 끝판왕 영화이다. 보기 드문 1.43 : 1 풀스크린 비율의 뮤지컬 시퀀스를 보다보면 어느새 별점을 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미친듯이 찬란하게 빛 좋은 개살구
★★★★(8/10)




- CineV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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