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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Vet Feb 10. 2020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관전 포인트로 돌아보는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 주는 상의 이름은 '오스카'이다.


"And the Oscar goes to... PARASITE"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정말 기념비적이다. 외국어 영화가 92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받았으며 무려 그 영화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 그리고 각본상까지 주요 상을 4부문이나 석권한 것이다. 그 영화의 제목은 다름 아닌 <기생충>, 자랑스러운 우리 영화이자 한국 영화 100주년에 찾아온 선물 같은 영화이다. 이런 대이변이 있었던 지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관전 포인트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을 <기생충>이 수상한 후의 모습


1. <기생충>의 4관왕.

 말해 뭐하겠는가. 봉준호 감독님과 <기생충> 사단이 정말 일을 내셨다. 봉준호-한진원의 각본상 공동 수상을 필두로 가장 수상이 확실시됐던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스콜세지와 타란티노를 향한 헌사까지 담은 수상 소감이 빛났던 감독상 수상, 마지막으로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 작품상 수상까지. 황금종려상을 필두로 이미 여타 영화제와 시상식을 휩쓸었지만, 한국영화계가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드디어 입성했을 뿐 아니라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상징적인 수상이 아니겠는가.


마틴 스콜세지의 역작, <아이리시맨> 中


2. <아이리시맨>의 무관 및 넷플릭스의 부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찬밥 신세나 다름없었다. 모두 명작으로 각광받는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을 전부 합쳐 로라 던의 여우조연상 하나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높이 평가받고, 시대의 걸작으로 추앙받던 <아이리시맨>의 무관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수상 가능성이 꽤 높을 것으로 보이던 작품, 감독, 각색 부문에서 모두 밀렸을 뿐 아니라 남우조연상, 시각효과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에 실패했다, 무려 10개 부문 노미네이트인데도 불구하고. 노미네이트를 떠나서 참 묵직한 매력과 시간을 다루는 거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이 말했던 1인치 자막의 장벽보다, 넷플릭스의 장벽이 더 높은가보다.


<1917>의 촬영 감독이자 거장, 로저 디킨스


3. 수상 안정권들의 예상 적중 수상

 이번 시상식에서는 몇 부문들에서 이미 수상이 확정된 분위기였다.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국제장편영화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까지. 사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들이 특히 쟁쟁했던 만큼 절대적인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명 ‘오스카 레이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까지 주요 시상식의 결과를 통해 이미 수상이 확실시된 후보들이 이번에도 있었다. 다만 이번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필자 개인의 체감으로는, 그 온도 차가 특히 심했던 시상식인 것 같다. 앞서 말한 부문에서도 특히 여우조연상의 로라 던, 촬영상의 로저 디킨스, 국제장편영화상의 <기생충>은 도박 사이트 배당률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는 등 많은 곳에서 수상을 예측했고, 순탄하게 수상을 이어나갔다.


<어스>에서 미친 연기를 선보인 배우, 루피타 뇽


4. 이번에도 논란이 된 비-백인계, 여성의 스넙(snub)
(snub은 ‘냉대하다’ 정도의 뜻으로,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를 만했는데도 홀대받은 경우에 종종 사용한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주요 상을 휩쓸며 비-영어권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이번 노미네이트에서 여전히 백인-남성 위주의 시상식으로 흘러갔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먼저 감독상 부문에는 <작은 아씨들>의 그레타 거윅이 노미네이트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있었다.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어스>에서 스크린을 집어삼키는 1인 2역 연기를 보여준 흑인 배우 루피타 뇽이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고, <더 페어웰>로 호평받은 동양계 배우 아콰피나가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여우조연상에서도 <허슬러>의 제니퍼 로페즈가 스넙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 영화 <어스>가 개봉 시기, 흑인 영화라는 이유로 인해 지나치게 스넙됐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점점 발전하고 있는 아카데미이지만, 아직 갈 길은 꽤 많이 남은 듯하다.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 계열사


5. 홀대받은 디즈니?

 사실 올해는 디즈니에게 다소 씁쓸한 시상식이지 않았을까. <토이스토리 4>가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긴 했지만, 디즈니에 인수된 20세기폭스의 성과를 제외하면 장편애니상 외에 디즈니만의 성과가 전무하다. 특히 그나마 디즈니에 상을 안겨 왔던 기술 부문들마저 시각효과는 <1917>이, 분장상은 <밤쉘>이, 음향편집상은 <포드 V 페라리>가 가져갔고 디즈니의 효자 종목인 음악 부문들마저 음악상은 <조커>가, 주제가상은 <로켓맨>이 가져갔다(심지어 언급한 부문을 제외하면 노미네이트조차 받은 영화가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를 통틀어 없다). 언제나 디즈니 계열에 각박했던 아카데미지만, 올해는 더더욱 그렇지 않았나 싶다.


상을 받고 환호하는 봉준호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이미 쟁쟁한 후보들로 인해 관심이 뜨거웠던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지만, 이번 시상식은 특히 한국인으로서 <기생충>의 행보를 지켜보게 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기생충>을 작품상 후보 중 최고로 꼽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괜히 응원하게 되고 지지하게 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17년도부터 매년 시상식을 관람했었는데 이번 시상식만큼 3시간 30분이 흥미진진했던 적은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자 가장 유력했던 작품인 <1917>의 작품상 수상 예측이 빗나가기를 이렇게 바라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참으로 역사적인 오늘 하루는, <기생충>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감독님은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


(다양한 의견은 댓글로 부탁드려요 :D )




- CineV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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