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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Apr 19. 2020

사랑의 존재론적 탐구 (철학책 아님)

최유수, "사랑의 목격"

최유수, 사랑의 목격



이 책 에세이다. 철학책 아니다. 그런데 사랑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를 주제로 삼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어느정도 내용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취향이 맞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사랑이라느 주제를 가지고 문장을 지으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에세이에서 보는 것처럼 단순히 예쁘게 하려는 말을 나열하지는 않는다. 그 지점이 이 에세이의 좋은 점 중의 하나다. 막 좀 오글거리는 글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에 대하여 사유하는 글들은 언제나 존재적 측면에서 일깨움을 준다. 존재를 말하는 것은 우리의 사유를 드러내주는데 그것을 작가도 잘 아는 듯이 사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랑은 끊임없이 사유하는 일이다.
당신과 나 사이의 연결에 관해 하나하나 사유할 대마다 사랑은 문장이 된다.
- 최유수, "사랑의 목격" 중에서 - p.29


사랑은 사유하는 일이라니, 정말 마음에 든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서로가 만들어가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사유로서의 사랑은 어느정도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


특히 작가가 말하고 있는 지점에서 사랑이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점은 '문득'이라는 글에서 드러난다. 혼자로서 있는 사람에게 사랑은 다가오지 않는다. 그니까 집에만 있지 말라고


사랑은 움츠리고 있는 사람에게서 저절로 피어나지 않는다. 정해진 일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지 않는다. 자기 안의 우물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을 찾아오지 않는다.

무심코 좋아하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걷는 사람에게, 하늘을 보며 걷다가 발을 헛디뎌 본 적 있는 사람에게, 여기저기 정신 없이 다니느라 무언가를 잃어버리기도 하는 사람에게, 문득 사랑은 온다.
- 최유수, "사랑의 목격" 중에서 - p.51


뭔가 활동하면서 문득 사랑이 온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랑을 목격하는 자에게 있어서 다가옴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확실히 다가온다. 그러나 그 순간을 누구나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순간적인 것이고 그런 점에서 문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책에서 아쉬운 것은 종교랑 사랑을 엮으려는 모습이다. 종교는 사랑이란다. 그런데 종교를 믿지는 않는단다. 이게 무슨 소린지 


물론 종교로서 드러나는 표상에 있어서 사랑을 그런 점과 비슷하게 여기는 것이라고는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뭐 기독교에서 말하는 무제한적인 사랑과 비슷하게 사랑을 말하는 것이겠지 마찬가지로 신을 증명할 수 없는 종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믿는 다는 것인 것처럼 사랑에 있어도 그것이 보이지 않지만 믿는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종교를 소비하려고 하는 형태는 다소 불편하다.


우리는 실존한다. 누구나 자유를 쥐고 있다. 사랑은 자유에 기반한다.
- 최유수, "사랑의 목격" 중에서 - p.134
모든 사랑 앞에는 무한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저 선택하고 나아갈 뿐이다
- 최유수, "사랑의 목격" 중에서 - p.135


이런 지점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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