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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Jan 17. 2019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칼 야스퍼스

한줄요약 : 제목만 한자입니다. 겁먹지 마세요

칼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이 책의 위대함은 그가 주장하는 철학적 신앙에 대해 실존론적인 책임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데거 이후로 많은 철학과 신학은 '실존'을 중심으로 사유하게 되었다.


특히나 사르트르와 같이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무'의 지평을 연 학자가 있는 반면 야스퍼스는 자신의 사상이 기독교 신앙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을 인지하고 철학적 신앙에 대해 기술한다는 것은 특별하다.

칼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분도출판사, 1989)


인간은 오성, 흔히 말하는 이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성을 통해서 대상을 관찰할 때 우리는 바라보는 '주체'와 바라봐지는 '객체'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근대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데 데카르트의 '연장'개념에 있어서 주체는 항상 객체를 포함하게 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즉 주체라는 말에는 언제나 '객체' 혹은 '대상'이라는 짝이 따라다닙니다.
- 이진경, "철학과 굴뚝청소부" 중에서 - p.43


즉, 근대 이후 주체와 객체의 분열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과 인식의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내포하게 된다. 주객의 분열 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계 상황'이다. 이 상황은 우리가 실존론적으로 언제나 인지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성이라 할 수 있다.


한계상황에서 느끼는 현존재의 현상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포괄자에 대한 인식으로 인도한다. 주체와 객체를 포괄하는 이 상황은 우리에게 현상 속에서 나타난 초월자에 대한 인식으로 제한하게 된다.


칸트에 의해서 궁극적으로 밝혀지고 드러난 고대적인 철학적인 통찰을 먼저 말하자면, 세계 내에서의 눈과 우리 자신이면서 그 안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빛은 우리에게 있어서 존재의 양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 칼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중에서 - p.34


인식에 의해서 제한된 것을 야스퍼스는 '철학적 근본 조작'으로 부른다. 인간은 자신의 주객의 분열과 한계상황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말하기 위해 철학적으로 조작한다는 의미다.


쉽게 예를 들 수 있다면 헤라클레이토스가 강가에서 깨달은 어떠한 '상황'은 그 스스로가 현상성 속에서 존재의 탈은폐를 경험함으로써 그것을 말하기 위해 조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로고스'로 조작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것을 드러내는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암호'로 해석해야 하는 게 철학적 신앙의 요점이다. 


역사적인 암호들 속에서 인간은 현실성의 진리를 통찰하여 왔다. 이러한 암호는 다양하게 해석돼야 하는데 그 내용은 문화적이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암호들을 통해 초월자를 지향하여 사유하게 되며 초월자의 언어를 듣게 된다.
 - 칼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중에서 - p.157


따라서 계시 신앙과 배치되는 철학적 신앙은 그 내용에 있어서 교회 전통의 확실함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과학적 방법과 합리적 사유 속에서 신의 의미에 대해 사유할 수 없는 것을 암호 해석을 통해서 의미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분명히 과학은 유물론적인 입장에서 어떠한 초자연적인 개입을 배제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야스퍼스는 과학적 방법의 사유를 인정하지만 그 자체로서 과학이 한계 상황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일종의 '신 없음'도 하나의 초월자에 대한 암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 일반을 통한 인식에 있어서도 이런 다른 포괄자는 현존한다.
- 칼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중에서 - p.403


암호에 앞서는 존재, 즉 세계 내에서 주어지는 모든 대상성이나 현실적인 실재들과는 거리가 멀며 따라서 세계로부터 본다면 무(無)가 되는 그러한 존재는 우리의 사고능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스스로 절대적이 되려고 하는 모든 암호를 거부한다.
 - 칼 야스퍼스, "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중에서 - p.434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철학적 신앙을 통해서 암호 해독에 힘을 쓰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관념에 머무르거나 사변적인 신학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언제나 한계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는 점에 있다. 한계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인간 스스로의 제한적인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삼위일체의 경륜으로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이것을 해석하기 위해서 바로 철학적 신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위일체의 경륜을 하나의 암호로서 또 다른 사람에게는 '무'의 지평으로서 또 다른 누군가는 유물론적 해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야스퍼스가 암호해독으로 줄 수 있는 의미는 바로 교회 밖에 벗어난 사람들에게 있어서, 계시 신앙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과학주의적 유물론에 대해서 다시금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을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신비의 창원으로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평점 : ★★★★ (인생 책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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