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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손원평

한줄요약 : 참고로 무표정으로 다니면 무서워한다.

by 신문철

손원평, 아몬드


만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이 극적으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하는 행동이 있다.

모든 고통을 감각하지 못하는 상태라던가, 감정을 초월한 상태가 되어서 극의에 오른다거나 하는 게 있다.

손원평, 아몬드, (파주:창비, 2017)

그런 둘의 공통점은 바로 감정,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는 상태인데 딱, 주인공이 그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감각을 아예 못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감정이 없는 상태인 듯하다.


우리가 흔히 감정이 없는 사람보고 '산송장'같다고 할 때 주인공은 이 말에 아주 흡족한 사람이 된다. 누군가의 감정을 공감하기 힘들어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을 교육을 통해서만 어느 정도 감지할 뿐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특히나 주인공은 자신의 눈 앞에서 어머니와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을 목격하면서도 아무런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어쩌면 슬픔을 느낀다고 하기보다는 슬픔을 교육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근데 잠은 잘 와? 학교는 어떻게 다녀? 망할, 가족이 네 앞에서 피 흘리면서 죽었는데."
"그냥 살게 돼. 사람은 살게 돼 있는 존재니까."
- 손원평, "아몬드"중에서 - p.136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인물은 감정이 풍부하게 나타난다. 욕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신이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말하는 인물이 '곤이'이다. 어쩌면 작가가 문학적 장치로 설정한 인물이 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둘이 대립하고 서로 이야기하고 관계를 맺을수록 우리가 얼마나 '정상적인' 것에 벗어난 인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은 비록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지만 그것이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한 살인마와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감 결여는 결국 끝없는 교육 속에서 "경험상으로 이 정도에서 이만큼 하면 사람들이 넘어가더라"라는 것으로 대체된다.


"너 재주 좋더라. 로봇 주제에 연애질도 할 줄 알고" - 손원평, "아몬드" 중에서 - p.214


그런 점에서 단순히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서 그리는 점이 이 소설의 묘미이다. 사이코패스가 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긴 하지만 어떠한 폭력성 없이 소설에 등장하는 점은 참신하다.





평점 : ★★★ (재밌지만 인생 책은 아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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