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우리는 우리를 흔드는 시련보다 더 크다
류시화는 확실히 다르다.
내가 말하면 그저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류시화 시인이 하면 감동적이다.
이번 시를 만약에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어우 쟤 왜저래"라고 할 법하지만 그 옆에 -류시화-라고 적으면 그만큼 낭만적인 글이 된다.
이번 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책 제목과 같은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라는 시다.
봄이 오면 마냥 날씨가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러지 않다. 미세먼지도 미세먼지지만 햇살이 포근해진다고 생각하면서 쉽게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그러다가 감기걸린다.
바람이 차가운 이유는 봄에 꽃샘추위가 오니까 그러지 않을까?
특히 나무는 추운 겨울 앙상한 가지로 자신을 참아오다가 봄이 와서야 겨우 꽃망울을 피운다.
그때 꽃샘추위는 여전히 나무에게 큰 시련이자 아픔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무의 마지막 시련이다.
꽃샘추위를 감당하는, 겪어내는, 참아내는 나무는 곧 자신의 꽃망울을 먼저 보는 나무가 된다.
류시화 시인이 보기엔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꽃샘바람을 견뎌낸다. 그리고 견디는 자가 결실을 맺는다. 아니다 견디는 자가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니다. 꽃샘바람에 흔들렸다는 사실은 이미 꽃망울을 피울 결과를 맺는다.
꽃샘바람에 흔들리는 가? 오히려 안도하라. 왜냐하면 그대는 꽃망울을 피어낼 테니, 그리고 자신의 꽃망울을 제일 먼저 볼테니
문학적 감수성을 결국 어느 것에 대한 경외심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마찬가지로 종교적이고 신학적이고 신앙적이다. 그리스도인의 신앙도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과 고통을 오히려 기쁨으로 여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