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뭐 내용 자체는 생각해볼 만한게 있다.
어떤 책들은 읽어도 이게 무슨 말이지? 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자고로 아리스토텔러스, 키르케고르, 비트겐슈타인은 보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읽어도 이게 뭔 말인지 모르거든. 그런 점에서 문학에도 비슷한 유형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밀란 쿤데라다.
밀란 쿤데라가 왜 여기에 끼냐고 화내는 사람도 없잖아 있겠지만, 그건 가장 유명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만 읽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실제로 무의미의 축제, 삶은 다른 곳에, 우스운 사랑들 등등 몇가지 읽어보면 그래서 이 작가는 뭔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절로 생각난다.
이와 비슷하게 데미안도 이 쪽에 속한다. 되게 의외라고 말하며 화내는 사람도 없잖아 있겠지만 특히나 데미안을 인생책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열심히 읽어놓고 사실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지만 아무튼 책이 어땠냐고 물어볼 때 할 말이 없어서 응 인생책이야 라고 대답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책도 이 쪽에 속한다.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 아니 전반부를 읽으면서 좀 루즈하다가 후반부가서 탄력을 받나 싶었는데, 이게 자서전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과학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철학책도 아니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건가 싶어서 여러 블로그를 좀 참고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비판하고자 하는 관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중이 느끼기에 이 책이 환호를 받는 이유가 구성이 알차다는 점이다.
전반부에서는 에세이 형식으로 어떤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후반부에서는 과학적 담론을 소개하면서 굉장히 전문적으로 들어가다가 마지막에는 그것에 대한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독자가 느끼기에는 에세이, 과학, 철학 내용이 전부 들어가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이 지점을 정체성이 애매하면 생기는 일로 받아들인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냥 뭐랄까 그래서 결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뭔 상관인데... 우생학, 범주론 기타 등등이 나오긴 하는데 아무튼 그거랑 뭔 상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