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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Jan 09. 2019

"모순", 양귀자

한줄요약 : 인생은 원래 모순적인 것

양귀자, 모순


자고로 소설의 묘미는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 있다. 흔히 기승전결이라고 하는 틀 안에서 독자는 작가의 안내에 따라 그리고 등장인물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소설이 막바지에 도달할 때 그 숨가쁨의 순간은 소설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소설은 흡입력, 매력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증명하고 있다.

양귀자, 모순 (살림출판사 1998년)

특히나 나는 소설의 제목인 '모순'이라는게 참 마음에 들었다.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모순'이라는 의미는 참으로 독특하다.


어쩌면 작가는 삶이 모순덩어리라는 걸 드러내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모순'은 여러 상황을 거치며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결혼을 이야기할 때 그것을 사랑으로 해야한다면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결혼을 현실이라 말한다면 단순히 조건부 취합밖에 되지 않는 모습이 과연 '현실'인가 의구심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위로는 누군가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 상처받는 것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다.


사랑은 상대방에게 '자기자신'이 아니라 '자기가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모순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거짓말을 해야하며 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책임감과 들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다.


저자에게 있어서, 삶을 드러내는 방식은 결혼과 사랑과 꿈이 모순성을 담지하고 있다. 그건 어쩌면 인생이고 삶이고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야 우리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모순'과 '역설'을 구분하고자 한다. 이 둘은 구분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패러독스'라는 역설과 모순은 사전적 정의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앞 뒤가 맞지 않다는 것, 무조건 뚫는 창과 무조건 막는 방패를 부딪히면 발생하는 상황 이것이 역설이고 모순이다.


하지만 역설이라는 말은 그 안에 반드시 '해석과정'을 거치게 되어있다. 그 자체가 모순적이고 말이 안될 지 언정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 있어서 곧 진실을 담을 수 있는 명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역설적이다.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고 싶어하는 것, 내 모습을 드러냈다가 상대방이 스트레스 받아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사랑이 단순히 예쁜 감정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랑의 역설이 진가를 발휘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내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타인을 미워하는 건 자신에게 있는 모습을 미워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빌려 생각한다면,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찾는다는 것, 그리고 그 마저도 싫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 사랑의 역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점 : ★★★ (그냥저냥한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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