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문철 Feb 13. 2019

"희생양", 르네 지라르

한줄요약 : 희생양 메커니즘은 현대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르네 지라르, 희생양


이 책을 말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폭력과 성스러움'을 먼저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이 얇아서 그리고 폭력과 성스러움은 꽤 두꺼우니까 얇은 거를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큰 오산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폭력과 성스러움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쭉 읽기는 했지만 어벤저스 2편을 보고 1편을 봐야 하는 게 안타까운 것처럼 나 역시도 희생양을 보고 나서 폭력과 성스러움을 읽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르네 지라르, 희생양


지라르는 모든 역사와 신화, 문화 전반에 걸쳐서 '희생양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희생양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폭력을 당하는 개념으로 더 큰 폭력을 막기 위한 제의로 상정된다.


희생양 메커니즘은 하나의 희생양으로써 모든 가능한 희생양들을 대신하는 것으로, 동물로써 인간을 대신하는 경제적 기능뿐 아니라 좋은 폭력으로 나쁜 폭력을 막는 종교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 르네 지라르, "희생양" 중에서 - p.347


폭력과 성스러움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제의에서 행하는 력과 성스러움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희생양에게 부여되는 폭력성은 폭력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또는 국가적, 종교적 성스러움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라르에 의하면 폭력이 나타나는 모습의 내면에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폭력을 성스러움으로 대체하는 과정에는 욕망이 있고 그것을 대체할 매개체가 존재하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희생양 만들기'라는 심리적인 용어는 자신에게 있는 모습을 남에게 투영하여 "나는 저 사람보다는 괜찮다"라는 의식을 가지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희생양은 타인의 욕망을 매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구나 명품 가방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사실 "남들과는 다른" 욕망이며 그것을 매개하기 위해 '명품가방'이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희생양이 되는 제물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평범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지라르의 이론이 지금에도 영향력이 있는 이유가 희생양의 기준이 '중간층'에 있기 때문이다. 자기도 희생될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그것을 타개할 제물을 중간에서 제일 먼 것으로 잡는다는 말이다.


사회적인 비정상이란 것이 있는데, 여기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중간층이다. 그래서 가장 평균적인 사회적 신분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멀어질수록 박해받을 위험은 그만큼 더 커진다. 지금도 하층 계급 사람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쉽게 눈에 띈다.
 - 르네 지라르, "희생양" 중에서 - p.35


요새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이나, 대상을 향한 혐오도 이것에 속할 수 있다. 만약에 라캉의 관점에서 욕망이라는 것이 대타자에 대한 욕망이라고 했을 때 그것을 매개하기 위한 대상은 그 사람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타자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개를 설정하기 위한 대타자의 분노는 힘이 없는 사람에게 향한다. 예컨대 막스 호르크 하이머가 "분노는 방어할 수 없는 대상에게 향한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희생양이 되는 대상은 중간층에서 멀어진 힘이 없는 약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나,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혀 없다. 따라서 여성 혐오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 그 원인은 여성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 혐오든 노동자에 대한 천시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평점 : ★★★ (읽는데 어려웠다 겨우 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