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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Mar 12. 2019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한줄요약 : 제목 선정이 매출에 한몫 한 책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베스트셀러라는 건 신기하게도 호불호가 참 많이 갈린다. 더러는 믿고 거르는 베스트셀러라고 하기도 하고 더러는 베스트셀러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느 정도 후자로서 베스트셀러를 즐겨 읽으려고 하려는 노력을 하려는 마음을 품었다가 말았다가 한다. 결국 안 본다는 소리


1.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찾는다면

1.1. 자고로 베스트셀러는 간단해야

잘 읽히는 책은 그만큼 간단하다. 요새 어려운 책을 선호하기보다는 보기 간단하고 간편한 책이 선호되는 만큼 백세희 작가의 책은 간결하고 간단하다. 사실상 내용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상담을 적어놓은 것이라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 듯하다.

도대체 왜 떡볶이가 먹고 싶을까...

간결하다는 게 문체를 말하는 것도 맞기는 하지만 사실상 내용을 담당하는 소주제들이 빠른 식으로 변화한다. 물론 상담이라는 게 한 시간 정도로 이루어지기에 그 사이에 한 말을 전부 적는다 한 들 대화 주제가 계속 변하는 이상 그 내용이 짧을 수밖에 없다.


1.2. 이상하게 누구나 공감 가는 내용이라서

이 작가의 책을 읽는 내내 좋았던 점은 아무래도 '내 이야기' 같았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궁극적인 부분이 이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가 겪어온 삶에서 내 삶을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의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인데 이상하게 이 책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독자가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어쩌면 '외모 강박'이라던가, '자존감 낮음'이라던가 '우울함'이라던가 많은 부분이 작가만의 우울 증세가 아니라 현대인이 겪는 불안함이라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다만 여기서 구분하고자 하는 건, 작가의 우울증세는 분명하다는 점이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작가가 경험하는 모습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겠지만 자기 자신을 '비련의 드라마 주인공'처럼 만들려고 하는 심리도 어느 정도 자리 잡을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울증세라는 건 불안을 항상 동반하기에 우울함만 가질 수는 없다. 따라서 '불쌍한 나'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시선을 바라기 때문에 스스로를 강박에 가둘 수도 있는 노릇이다. 물론 이거는 병리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실존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야기다.


1.3. 역시 떡볶이가.....

개인적으로 떡볶이는 좋아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말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고 한다. 떡볶이가 이토록 중요한 음식이 될 줄이야... 지나가던 교익 선생님이 노하실 듯하다.


결국 이 말을 풀어서 본다면 수없이 우울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삶을 충동하는 무언가 있다는 것이다. 그건 어쩌면 원초적이라서 지금 당장 죽으려고 해도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말이다. 물론 떡볶이는 정말 문자 그대로 호소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이라 할 수 있다.


라캉에 의하면 말에서 나타는 무의식적 형태는 은유되고 환유되기 때문에 정말로 우울증을 극복하는 게 떡볶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의식이라 할 수 있다.


2. 다만 주의사항!!

2.1. 작가의 태도는 다소.....

책을 보다 보면 작가가 엄청난 부분을 의사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의사가 처방을 하고 상담을 해주고 조언을 해줄 때 그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상담이 된다. 하지만 다소 우려하는 부분은 작가가 의사의 말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보고 싶은 대로 본다고 하지만 의사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 "그건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거예요"한다면 대부분 그 말에 신빙성을 느낀다. 그야 물론 지식과 권력은 관계가 있기에 의사가 하는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이지만 문제는 자신의 모든 문제를 의사로부터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런 걸 어디서 느낄 수 있냐면 책을 보면서 느끼기에는 상담에서 작가의 자기 방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생략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대부분은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한다.


따라서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저는 괜찮아요"라고 나올 법한데 모든 이야기가 가능한 것 보니 작가는 의사에 대해서 의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2. 정신의학적 관점과 심리상담의 차이점

아무래도 상담을 받는다는 게 정신의학 전문의와 심리상담사와는 차이가 있다. 작가의 책을 보면 항상 약을 처방받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그 내면에 불안함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고는 그 불안함을 이겨내기 힘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함은 어느 정도 '감정'에 머물러 있다. 그럴 때는 정신의학 전문의에게 가도 되지만 심리상담사에게 가도 무방하다고 본다. 나도 상담을 받을 때 전문의가 아니라 심리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았고 약 처방은 전혀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이라던가 자존감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불안증세는 단순히 약 처방을 받는다고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호전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치료의 전부는 아니다.


3. 상담받는 걸 추천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상담에 호의적인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흔하다.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면 "그럼 차라리 나한테 받아"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상 '바넘 효과'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보편적인 현상에 대해서 말하면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을 받고 안 받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스스로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지 기승전 내문제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추천하는 이유는 그런 걸 하나하나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평점 : ★★★ (요 근래 읽은 에세이 중에서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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