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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문철 Feb 26. 2020

결국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어느덧 벌써 3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설민석 강사의 강의가 유튜브에 올라오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 책은 다시금 서점에 한 코너를 차지할 정도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 지점에서 이제 빌려보기 힘들다는 사실이 조금(?)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렌트의 책이 다시금 빛을 보고 있다는 게 내심 기쁘기도 하다.


이 책이 안 그래도 유명한 것은 바로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설민석 강사님이 잘 설명해주기도 하고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의 "최종 해결책"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전쟁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였으니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자신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변호하며 자신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인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그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주어진 임무에도 가정에도 충실하였으며 맡은 바를 열심히 하는 국가적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공무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렌트는 그 지점에서 생각하지 않은 죄를 기술한다. 그것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지 생각하지 않은 사유의 무능성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결과를 만들게 될지 타인에게 공감하지 않는 불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녀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녀의 박사학위 논문이 아우구스티누스를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히만은 미래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없이 현재만을 중시하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미래를 낳게 될 지에 대해서는 무능하지만 현재에 주어진 임무에 대한 효율성은 고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에 대한 사유 불가능성은 이성의 천박함을 드러낸다. 이성의 활용을 직선적이고 객관적인 시간만을 경험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객관적 시간에는 오직 "지금"의 순간만 있다. 미래로 향할 수 없으며 과거로 복기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아이히만은 현재만 보는 것이다.


영화 "암살" 후반부에 보면 안옥윤이 질문하자 염석진이 향해하는 말이 있다. "동료를 왜 팔았나" 하고 묻자 염석진은 "해방될지 몰랐으니까"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염석진도 미래에 대한 사유 불가능성에 갇혀있었던 것이다. 미래를 사유하지 않은 것은 이성의 천박성을 드러내는 것이며 우리의 시간에 대한 사유는 현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아쉬운 건 한나 아렌트의 사상적 구조를 이 책에서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야 재판 과정을 서술하는 보고서이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진행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재판 과정의 흐름을 읽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나름 재미가 있다. 아이히만이 자신을 어떻게 변호하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어떤 면에서 설득력이 있으나 어째서 교수형을 받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번역에 대한 문제도 많이 있는데, 2번째 읽는 거라 그런지 나는 생각보다 무리 없이 읽은 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베티나 슈탕네트를 소개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마지막에 보면 그녀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개념이 많은 논쟁을 낳았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그 지점이 바로 슈탕네트와의 논쟁이라 할 수 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유대인에게 어떠한 민족주의적인 감정이 없이 했다고 보고 있지만 슈탕네트는 그 지점에서 오히려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아이히만은 민족주의적인 성격이 강했고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악질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이라는 유명한 저서가 있으나 우리나라엔 번역본이 없어서 그의 저서 중에 대표적인 "거짓말 읽는 법"이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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