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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림 Aug 22. 2020

자전거로 십 분

    우리가 지내고 있는 옹포리에서 협재해수욕장까지는 자전거로 십 분이다. 조그만 가방에 수건 두 장, 얼음을 담은 물병 하나, 베개 두 개만 한 돗자리 한 개넣어 메고 자전거에 올라탄다. 시간은 오후 다섯 시쯤, 폐장까지 두 시간 정도 놀다 나올 수 있게끔 출발하면 딱 좋다. 욕심 낼 것 없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면 사람이 없는 곳에다 자전거를 세워 묶어두고 심호흡 한 번 하고 바다로 들어간다. 가끔은 물안경을, 또 한 번은 바디보드를 가지고 바다에 나가봤지만 역시 물에는 맨몸으로 가는 게 제일 좋다. 개헤엄을 치다가 숨 못 쉬는 자유 흉내를 내보다가. 지루해지면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 물에다 던져 넣기나 숨 오래 참기를 한다. 슬슬 뭍으로 돌아가라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턴 모래 위에 철퍼덕 앉아 모래성을 쌓는다. 오늘은 모래를 주먹밥 모양으로 동그랗게 굴려 이글루처럼 쌓았다.


    이제 돌아갈 시간. 젖은 옷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자전거에 올라탄다. 지는 해에도 더위는 여전하지만 젖은 몸에 닿는 바람은 선선하다. 소금기 어린 물기도 개운하기만 하다. 까만 돌담 사잇길로 스며드는 누운 볕. 멀뚱하게 서있는 야자나무. 넓은 하늘빛이 분홍색에서 주황색으로, 다시 보라색으로. 아, 저 보라색은 지난번에 비건 식당에서 먹은 가지 튀김 색깔이다, 그치?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으면 다시 바다로 간다. 수평선을 따라 늘어선 고깃배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이제 됐다!, 하며 시크하게 돌아선다. 내일 또 오면 되니까, 하는 사치. 제주도 한 달 살기.



    까맣게 탄 피부는 그렇다 쳐도 뺨 위에 올라온 주근깨가 걱정돼 싸구려 팩이라도 붙여볼까 하다가 그냥 발라당, 선풍기 앞에 눕는다. 들락 말락. 나른한 몸. 지금 내가 바닥에 누운 건지, 물속에 떠있는 건지. 잠결인지 물결인지. 여기가 춘천인지 제주돈지. 곧 밀려오는 단잠, 제주도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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